[씨네리뷰]'청춘'/상처받은 청춘의 性的방황과 좌절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9시 42분


‘청춘’은 흐드러지게 휘날리는 매화꽃 향기로 가득한 영화다.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화면은 한땀 한땀 수를 놓은 듯하고 파반느처럼 느릿하게 영화속 공간을 맴도는 주제음악은 봄날 아지랭이처럼 나른하면서도 관능적이다.

‘겨울 나그네’와 ‘젊은 날의 초상’ 등을 통해 젊은 시절 홍역처럼 앓게되는 열병을 탐미적으로 그려온 곽지균감독은 아예 그 성장점을 파고들 듯 스물도 채 되기 전의 ‘첫경험’과 ‘첫사랑’을 꺼내들었다.

고3 수험생인 자효(김래원)와 수인(김정현)은 닮은 꼴의 친구다. 자효는 같은 반 여자친구 하라(윤지혜)와의 첫경험을 감당하지 못해 뒷걸음치다 이에 절망한 하라의 자살로 상처를 받는다. 반면 수인은 새로 부임한 국어교사 정혜(진희경)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짝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좌절한다.

세월이 흘러 각자의 상처를 안고 대학에 입학한 두 사람은 그 허무감를 달래기 위해 섹스와 술에 탐닉하며 몸부림을 치지만 오히려 상처는 덧나기만 한다. 수인은 끝내 자살로 그 방황의 종지부를 찍고 자효는 진실한 사랑으로 구원을 받는다.

구원의 여인상 남옥(배두나)의 캐릭터나 전화기를 붙들고 외치는 마지막 장면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처럼 지독한 청춘의 방황을 섹스에 대한 강박관념으로만 포착한 것은 허허롭기 그지없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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