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잉글랜드 "아이고"…포르투갈 "얼씨구"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57분


‘지각변동의 전주곡인가, 일시적 미진인가.’

2002년 월드컵 서울행 티켓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유럽 축구계가 전통 강호들의 극심한 부진으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의 행보는 말 그대로 ‘가시밭길’을 걷는 형국이다. 자존심을 접어둔 지는 이미 오래다. 1승에 목말라하는 홈팬은 이제 분노를 넘어 월드컵 본선 진출조차 어렵지 않느냐는 위기감에 젖어 있다.

잉글랜드는 12일 열린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유럽 9조 예선에서 약체 핀란드에 득점 없이 비겼다. 잉글랜드는 이로써 독일 핀란드 알바니아 그리스에 이어 승점 1점을 건지는데 그치며 조 꼴찌로 추락했다.

지난주말 앙숙 독일에 0―1로 패한 후 케빈 키건감독의 전격 사퇴로 한차례 파문을 일으켰던 잉글랜드는 이날 새사령탑 하워드 윌킨슨의 지휘 아래 핀란드를 거세게 몰아붙였으나 옛 명성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변명은 많았다. 데이비드 베컴, 토니 애덤스, 그레미 르 속스, 게리 네빌레 등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빠졌다. 이날 경기에서 두 차례의 결정적인 찬스도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모두 날려버렸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후반 들어 핀란드의 강한 압박축구에 시종 끌려다녔다. 특유의 조직력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잉글랜드 축구팬이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는 것도 이처럼 도약의 실마리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강호 네덜란드도 가시방석 위에 앉긴 마찬가지다. 네덜란드는 지난달 아일랜드와 비겼으나 7일 약체 키프로스를 완승의 제물로 삼은 데 이어 이날 대도약을 노렸지만 파울레타 콘세이상 피구를 앞세운 포르투갈에 0―2로 완패해 2조 4위로 떨어졌다. 포르투갈은 조 1위로 도약.

스페인도 7조 선두는 유지했으나 이날 오스트리아에 1―1로 간신히 비겨 체면을 구겼다.

이 와중에 유일하게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팀은 8조 선두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프란체스코 토티와 델 피에로의 두차례 페널티킥의 성공에 힘입어 그루지야를 2―0으로 완파했다.

한편 북중미 예선에서는 미국이 지역 2차예선 E조 홈경기에서 조 선두 코스타리카와 0―0으로 비겨 최종예선 진출권이 주어지는 2위 자리를 지켰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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