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홈런왕 경쟁 '한치 앞도 안보인다'

  • 입력 2000년 10월 6일 18시 30분


홈런선두 박경완
홈런선두 박경완
‘한치 앞도 안보인다.’

이승엽(삼성)의 독주로 싱겁게 승부가 끝났던 지난해 홈런레이스와 달리 새천년 프로야구 홈런왕 다툼은 막판까지 ‘안개 속’이다.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마지막 불꽃’을 사르고 있는 ‘최후의 4인’은 사상 첫 4연타석 홈런의 주인공 박경완(38개·현대)과 98년 홈런왕 ‘흑곰’ 우즈(37개·두산),‘새내기 용병거포’ 퀸란(36개·현대),‘토종의 자존심’ 이승엽(35개·삼성). 1위부터 4위까지 각각 1개차로 포진해 있다.

시즌 최고의 관심사인 막판 홈런경쟁. 개인 컨디션과 남은 경기의 변수는 과연 어떻게 작용할까.

▽누구의 방망이가 더 뜨거운가〓예상을 깨고 시드니에서 돌아온 박경완의 방망이가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올림픽출전의 피로와 어깨부상으로 영향을 받을 줄 알았던 박경완은 오히려 4, 5일 2게임 연속홈런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면 9월에 7개를 몰아때린 우즈는 올림픽 휴식이 오히려 타격감을 흩뜨려놓은 듯 주춤.이승엽은 9월에 이어 10월에도 아직 홈런이 한 개도 없어 무릎부상의 후유증을 톡톡히 앓고 있다.

▽남은 상대팀과 구장은?〓각 선수에겐 ‘궁합’이 맞는 팀과 투수가 있다. 박경완은 올시즌 홈런 38개 가운데 무려 32%인 12개를 한화전에서 몰아쳤다. 4연타석 홈런도 한화를 상대로 기록했었다. 하지만 남은 7경기 가운데 한화전이 1게임도 없다. 퀸란 역시 한화전에서 11개를 날린 ‘독수리 킬러’였다.

둘은 구장규모가 큰 수원(5게임)과 잠실(1게임)에서의 경기가 집중돼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우즈도 잠실에서 6경기나 치러야 한다. 이승엽은 구장규모가 작은 대구와 인천에서 1경기씩이 남아 있다.

▽외국인 선수에겐 불리?〓제 아무리 홈런을 치려고 해도 투수들이 피해가면 도리가 없다.투수들이 이 4명을 어떻게 상대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투수들의 ‘애국심’은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래도 외국인 타자들은 국내투수들에게 집중견제의 대상이 된다.

▽팀순위가 급한데 어딜〓두산과 삼성은 드림리그에서 1.5게임차로 각각 2, 3위에 붙어 있다. 2위는 플레이오프직행, 3위는 매직리그 2위팀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두팀에 순위는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하다. 팀승리가 우선시되면 기록이나 개인타이틀은 존중받지 못한다. 우즈나 이승엽이 홈런에 목을 맬 수 없는 이유다. 반면 일찌감치 1위를 확정지은 현대의 박경완과 퀸란은 홀가분하게 타이틀 도전에 나설 수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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