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Digital/판사선거는 돈선거]흑색선전등 난무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33분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방법원의 판사 선거에 뛰어든 검사와 변호사의 한판승부가 화제다.

현직 판사가 사임하는 바람에 자리가 비게 된 새크라멘토 지방법원 판사 선거에 여성변호사 트레나 버거(47)와 강력사건 담당 검사 돈 스티드(51)가 입후보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버거는 지금까지 번 30만달러(3억3000여만원) 정도를 선거운동에 투입했고 스티드 역시 그동안 12만달러(1억3000여만원) 이상의 선거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일까지 두 후보자가 쓰게 될 선거비용은 70만달러(8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판사가 된 뒤 받게 될 연봉의 6배에 달하는 액수.

현지 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거액의 선거자금을 뿌리고 있을 뿐 아니라 보도자료 등을 통해 상대방 후보의 도덕성과 인품을 공격하는 등 비방전까지 벌이고 있다.

스티드를 지지하는 변호사들은 버거에 대해 "대다수 법조인들은 그녀가 지역 법조계 최고의 자리인 지방법원 판사의 지위에 어울리는 처신을 해오지 못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공격하는가 하면 "소송기술이 탁월한 점은 인정하지만 승소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필요 이상의 방법을 무리하게 사용한다"고 쏘아댔다.

한편 스티드는 "지방검찰청에서 폭력을 담당하고 있을 당시 폭력범을 다루는데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상대 진영의 비난을 받고 있다. 법조 경력이 적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판사. 무엇보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요구되는 그 자리에 앉기 위해 선거전, 그것도 온갖 비방전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다소 아이러니라고 할까.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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