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왜 이렇게 서두르나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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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늘 판문점에서 남북 양측의 지정은행간에 대북 식량차관 계약을 체결하고 즉시 북에 식량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식량 60만t 중 중국산 옥수수 2만t이 오늘 중국 다롄(大連)항에서 선적돼 5일중 북한 남포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식량지원의 불가피성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의아스럽다.

지금까지 전문가들과 언론에서는 대북 식량지원을 하기에 앞서 확인할 것은 확인하고 국민적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강행하고 있다.

우선은 북한 자체의 식량생산과 소요량, 국제사회의 지원실태, 그리고 그동안 지원된 식량이 제대로 분배됐는지 여부 등을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

세계식량기구(WFP)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추수기인 지금 북한에 들어가 현지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 조사결과에 따라 지원량을 정하는 국제기구에 비해 우리 정부는 이런 과정도 없이 무조건 주고 보자는 식이다.

또 대부분이 차관지원이기 때문에 계약이행 조건을 분명하게 보장받는 문제도 중요하다. 특히 제공되는 식량의 투명성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보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관계자는 투명성확보 방법은 식량지원이 시작된 뒤에도 북측과 협상해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최근의 북한태도를 보면 그것이 얼마나 이행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무리 남북경협자금에서 나가는 것이라 하지만 식량지원에는 국민적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고 그 구체적 방법은 국회에서 논의를 거치는 것이다. 국회가 곧 정상화될 전망인 만큼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짚어본 후 보내면 훨씬 모양새가 좋을 것 아닌가.

식량지원이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우리도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 등 인도주의적인 요구를 북한측에 당당하게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량의 식량 지원을 계기로 남북의 식량정책 당국이 북한식량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매년 모자라는 식량을 지원하는 것보다 식량의 증산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더 긴요한 과제다. 영농기술개발 종자개량 그리고 비료생산 등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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