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회담,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

동아일보 입력 2000-10-01 19:10수정 2009-09-22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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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3차 장관급회담을 끝내면서 공동보도문을 내놨으나 남북이 발표한 내용이 다르다. 이렇게 되면 회담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데도 어떻게 해서든지 진전이 있는 것처럼 공동보도문이란 합의문을 만들어내려다 보니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번 공동보도문의 핵심사항 중 하나는 역시 경협추진위원회 설치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측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경제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시키기 위한 제반문제를 협의, 추진하기 위해 경협추진위를 협의, 설치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북측은 공동보도문을 요약 보도한다면서 이 부분을 ‘협력관계가 확대되는 데 따라 필요하면 경협추진위 같은 것을 내오는(구성하는) 문제를 각기 연구, 실현한다’고 했다. 또 사회 문화 체육 교류에서도 우리측 공동보도문에는 ‘서울―평양 축구전 부활과 교수 대학생 등의 교환방문’이 명시됐으나 북측의 발표에는 이것이 빠져 있다.

정부의 회담관계자들은 북측이 두 가지 모두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내부사정을 들어 명문화에 반대, 각기 발표문의 표현을 달리하기로 양해했다고 해명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합의라면 합의라 할 수 없고 더구나 그대로 실천될 수도 없다. 남북이 아무리 국가 사이가 아닌 특수관계라 해도 서로 다른 체제와 정부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규범과 회담형식은 지켜야 할 것이다.

이젠 남북회담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정비를 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사전에 의제와 일정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을 시작하는 것도 문제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알맹이 없는 회담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비전향 장기수를 북측에 보내면서 약속된 이산가족면회소 설치문제는 별 진전이 없다. 이산가족 생사 확인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김용순(金容淳)비서가 왔을 때 합의 발표됐지만 그 발표는 지켜질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3차 장관급회담부터 속도를 내겠다고 하여 이번 회담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다.

이번 회담에서처럼 완전히 합의되지 않은 것이 합의된 것처럼 발표되는 예를 보면 우리 정부가 아직도 지나치게 실적주의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북측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인도주의 문제여서 상호주의를 배제한다지만, 그렇다면 북측도 남한이 요구하는 인도주의에 호응해 와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하루빨리 국회를 열어 대북 식량지원 문제 등 남북관계 진전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따져 허실을 제대로 짚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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