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동보도문의 핵심사항 중 하나는 역시 경협추진위원회 설치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측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경제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확대시키기 위한 제반문제를 협의, 추진하기 위해 경협추진위를 협의, 설치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북측은 공동보도문을 요약 보도한다면서 이 부분을 ‘협력관계가 확대되는 데 따라 필요하면 경협추진위 같은 것을 내오는(구성하는) 문제를 각기 연구, 실현한다’고 했다. 또 사회 문화 체육 교류에서도 우리측 공동보도문에는 ‘서울―평양 축구전 부활과 교수 대학생 등의 교환방문’이 명시됐으나 북측의 발표에는 이것이 빠져 있다.
정부의 회담관계자들은 북측이 두 가지 모두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내부사정을 들어 명문화에 반대, 각기 발표문의 표현을 달리하기로 양해했다고 해명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합의라면 합의라 할 수 없고 더구나 그대로 실천될 수도 없다. 남북이 아무리 국가 사이가 아닌 특수관계라 해도 서로 다른 체제와 정부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규범과 회담형식은 지켜야 할 것이다.
이젠 남북회담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정비를 해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사전에 의제와 일정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을 시작하는 것도 문제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알맹이 없는 회담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비전향 장기수를 북측에 보내면서 약속된 이산가족면회소 설치문제는 별 진전이 없다. 이산가족 생사 확인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김용순(金容淳)비서가 왔을 때 합의 발표됐지만 그 발표는 지켜질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3차 장관급회담부터 속도를 내겠다고 하여 이번 회담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다.
이번 회담에서처럼 완전히 합의되지 않은 것이 합의된 것처럼 발표되는 예를 보면 우리 정부가 아직도 지나치게 실적주의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북측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인도주의 문제여서 상호주의를 배제한다지만, 그렇다면 북측도 남한이 요구하는 인도주의에 호응해 와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하루빨리 국회를 열어 대북 식량지원 문제 등 남북관계 진전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따져 허실을 제대로 짚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