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너무나 억울한 '포르말린 통조림'

동아일보 입력 2000-09-28 19:01수정 2009-09-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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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이른바 ‘포르말린 통조림’ 제조업자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린 것은 검찰의 졸속 수사와 무리한 기소를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통조림의 변질을 막기 위해 인체에 해로운 포르말린을 넣은 혐의로 98년 7월 제조업자들을 기소했으나 1, 2심 법원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한데 이어 엊그제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통조림 제조과정에서 인위적으로 포르말린을 첨가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게 법원의 한결같은 판단이다.

법원의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검찰은 번데기 골뱅이 마늘 등 천연상태의 통조림 원료에서 자연적으로 포르말린 구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통조림 제조업자들은 포름알데히드의 자연생성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의 연구자료를 수집해 법원에 제출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의 꿰맞추기식 수사태도도 문제다. 제조업자들은 “포르말린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며 계속 혐의를 부인했으나 검찰은 단지 통조림에서 포르말린이 검출됐다는 사실에 집착해 이들을 기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접적인 증거나 자백이 없었다는 얘기다.

물론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의 ‘납꽃게’ 사건 등에서 나타났듯이 식품위생 사범은 철저히 수사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게 우리 사회의 요구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비과학적인 마구잡이 수사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식품의 안전성에 관한 판단은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자칫 이 문제를 소홀히 하면 국민의 식생활과 관련 산업에 엄청난 혼란과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에 적발된 것은 3개 업체지만 수사결과 발표후 수십개 통조림업체가 줄줄이 도산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중견기업을 부도직전까지 몰고 갔던 이른바 ‘우지(牛脂)라면’ 사건도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보여주었다. 이 사건 역시 97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이 나오기는 했으나 관련자들의 정신적 피해와 회사측의 경제적 손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정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갈수록 다양해지는 각종 식품의 구체적인 안전기준을 정하고 과학적으로 이를 감시하는 식품행정의 선진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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