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포철 소유한도 폐지...주가·해외DR 향방은

  • 입력 2000년 9월 26일 16시 11분


정부가 포항제철의 소유한도를 폐지키로 함에 따라 포항제철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10만원대를 회복하고 해외DR 발행가격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8일자로 포항제철을 공공적 법인에서 해제, 외국인 종목당 투자한도(30%)와 1인당 소유한도(3%)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해외DR 발행(6.84%) 이후인 9월말이나 10월초경 소유한도를 폐지한다는 당초의 방침을 앞당긴 것으로 해외DR 발행을 통한 공기업 민영화 실천의지를 확인하는 앞선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종목투자·1인당소유 한도를 28일부터 폐지키로 한 것은 28일 미국 현지의 프라이싱을 앞두고 국내에서 주가상승을 유도함으로써 해외DR 발행가격을 높이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거래소시장에서 포항제철은 이틀째 상승하면서 전날대비 6% 이상 급등한 8만64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최근 7만5100원의 연중 최저치에 비해 1만원 이상 오른 것이다. 아울러 외국인들이 국내 펀드를 이용해 포항제철 주식을 사들이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물론 이번 조치가 공기업 민영화 의지에 대한 시장의 의심을 해소하고 해외DR 발행시 헐값 발행이라는 비판을 모면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다소 성급하게 전격적으로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있다.

◆ 소유한도폐지로 포철주가 상승 가능성 높아져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포항제철이 한국의 세계적인 기업으로서 공기업 민영화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 구실을 하고 있고, 투자소유한도를 폐지함으로써 민영화를 확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겼다는 점에서 앞선 조치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철감 애널리스트인 김경중 연구위원은 “포항제철의 소유한도 폐지는 작년 하반기부터 나왔던 얘기지만 이번 조치는 실천성을 담고 있다”면서 “포항제철에 대한 투자심리를 높이는 동시에 향후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에 따라 포항제철의 국내 주가가 단기적으로 10만원대를 넘어설 것이며, 오는 28일 프라이싱이 예정된 포항제철의 해외DR 발행도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LG투자증권의 이은영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해외DR 발행을 확실하게 하는 조치로 평가된다”면서 “국내 주가가 10만원을 넘어 단기적으로 12만원대까지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의 김경중 위원도 “포항제철의 주가가 최근 연중최저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아직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면서 “투자소유한도 폐지로 외국인들을 포함한 국내외 투자가들의 수요를 불러올 수 있어 단기적으로 10만원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포항제철의 소유한도 폐지는 앞으로 공기업 민영화와 함께 M&A 가능성을 높여줌으로써 해외투자가들가들은 물론 국내 관련 업체들의 지분경쟁을 촉발시킴으로써 수요기반을 견조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제철의 경영권 문제는 나중문제로 치더라도 현대자동차그룹 내 인천제철과 현대강관의 경우 철강(핫코일)의 해외의존도가 높아 안정적인 철강공급처 확보를 위해 포철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있고, 이럴 경우 여타 기업들도 견제를 위해 지분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또 포항제철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이 같은 지분확보 경쟁이 포철의 매수기반을 넓혀주고 주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 해외DR 발행가격 높아질까

그러면 이 같은 조치가 해외 DR 발행가격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까.

포항제철의 해외DR가격은 지난 6월 이래 하락세를 보이다가 9월중 대우차 문제가 터지면서 20달러가 붕괴된 뒤 최근 18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어제(25일) 미국시장에서 포철은 18.50달러에 마감한 바 있다.

보통 국내 주가와 해외DR값간에는 환리스크가 있어 10%의 프레미엄이 존재하는데, DR발행시에는 추가물량 부담으로 5∼10%정도 DR가격이 하락하기도 한다.

지난 6월의 경우 24∼5달러에서 거래되던 포철의 DR값이 물량부담과 저가매입을 위한 선투기매매 등으로 22달러대로 급락, 정부와 산업은행이 DR발행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소유한도를 조기폐지함으로써 일종의 해외DR 발행가 부양조치를 내린 셈이어서 이번에는 해외DR발해이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철강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국내주가가 상승해 해외DR값 상승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해외DR값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투자증권의 이은영 애널리스트는 “소유한도 조기폐지로 국내 가격이 오르고 이런 영향이 해외DR가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내가격만 올라서는 안되고 해외DR가격이 올라줘야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제철이 미국시장의 의존도가 높지 않지만 최근 미국시장에서 철강업체의 실적전망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는 분위기여서 이런 것이 해외투자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견해다.

삼성의 김경중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로 28일을 전후로 국내외간 재정거래(Arbitrage)를 촉발시켜 소극적으로 발행전 할인폭을 줄이고,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할증률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서도 “통상 DR발행은 발행전 약세, 발행 뒤 회복되는 양상을 감안할 때 급등보다는 18∼20달러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과 LG증권은 포항제철의 소유한도 폐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최근 적정주가를 당초 13만원, 15만원에서 15만원, 17만원선으로 각각 상향조정한 바 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