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헷갈리는 외국인 주식투자...마구 팔다 이젠 마구 사자?

  • 입력 2000년 9월 20일 18시 29분


20일 시장 상황은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

외국인들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250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종합주가지수를 가뿐히 600선 위로 올려놓았다. 시초가가 상승갭을 안고 출발할 정도로 기술적 단기반등이 예상된 상황이었지만 막상 외국인들의 매수 강도가 예상을 넘어서자 투자자들은 “혹시 폭락장에 급등장이 뒤따르는 ‘번지점프 장세’가 오지 않을까”하고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외국인의 순매수 급전환과 이에 따른 주가 급등을 근거로 향후 증시를 낙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를 2555억원어치 순매수했으나 나머지 종목들은 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도체주에 대한 집중매수도 우발적이다.

이날 삼성전자에 매기가 몰린 것은 전날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반도체주 폭등과 국내 반도체주 낙폭과다 이외에 한 증권사의 삼성전자 투자설명회(IR)가 성공을 거뒀기 때문.

이날 75만여주의 삼성전자 매수를 중개한 HSBC증권은 최근 홍콩에서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삼성전자 IR를 열어 21만∼23만원의 가격대에 130만주 가량의 매수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UBS워버그 창구에서는 37만주의 매도주문이 나오는 등 외국인간에도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미래에셋 이병익 본부장은 “반도체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장기보유에서 단기매매로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돌변은 전날 모건스탠리 딘위터의 “한국시장에서 추가적인 비중 축소는 불필요하다”는 한국시장 전망의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다. 크레디리요네 등 다른 증권사들도 이날 한국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들 외국증권사가 말하는 ‘한국시장’이란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종목, 한국전력 한국통신공사 포항제철 등 대형주, 국민 주택 신한 등 우량은행만을 가리키는 용어다.

현대증권 한동욱 선임연구원은 “모건스탠리는 올들어 3월 중순까지 국내주가의 지속적인 하락에도 불구하고 오버웨이트(비중확대)를 유지하더니 4월초에 언더웨이트로 내리는 등 국내증시 흐름에 비해 한발씩 늦고 현대문제 등 주요사안에 대한 진단이 핵심과 거리가 먼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증시의 관점에서 한국 종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한국 종목을 보기 때문에 국내투자자들이 따라 하기에는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 외국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 및 기업들에 대한 직접 및 지분 투자가 늘면서 외국증권사들은 한국경제에 대해 가급적 좋지 않은 얘기는 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본사에서 노골적으로 그런 주문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ING베어링은 주택은행, 골드만삭스는 국민은행, JP모건은 한미은행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지분을 취득한 상태다. 국내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순매수 돌변에도 불구하고 시장 리스크의 제거 없이는 반등다운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의 차분한 시장대응을 권고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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