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 외환시장 "위기는 일단 지나갔다"

  • 입력 2000년 9월 19일 17시 47분


18일 1138원까지 치솟던 원/달러 환율폭등세로 외환위기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듯 했으나 폭등 하루만에 급락세로 반전,외환시장은 다시 안정감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주가바닥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구조조정 일정이 뒤틀려버린 상태에서 고유가 등 통제불가능한 변수가 경제펀더멘탈에 추가로 타격을 가할 경우 언제든지 외환위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감은 여전하다.

지난 4일 1103.80으로 하락하면서 1100원선 붕괴을 외치던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환율이 1138원으로 폭등하자 제2의 외환위기 우려감이 급부상했다.

그러나 18일 후장에 이어 19일 또다시 급락세가 일어나자 '공급우위 수급'의 위력를 새삼 절감하며 위기론이 꼬리를 내렸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어제 환율폭등은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진 가운데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이라면서 "주식시장이 또다시 붕괴국면으로 빠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공급우위 수급에 따른 환율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 재경부장관의 긴급기자회견 소식으로 환율폭등세가 꺾였지만 현대유동성 위기시 고점이었던1142원선이 돌파됐을 경우 원화절상추세가 종료되는 것으로 확신한 헤지매수세가 본격적으로 촉발될수 있었다.

따라서 외환당국은 환율추가상승 여부를 지켜보며 초긴장 상태로 돌입했으나 19일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경계태세를 풀었다.

그러나 외환시장 취약성이 여실히 확인됐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거나 구조조정의 무산에 실망한 외국인이 투자자금을 헤지할 경우에는 또다시 환율 폭등세가 야기될수 있으며, 당국의 의지만으로 제어할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을수 있다는 불안감은 오히려 증폭된 상태다.

한 딜러는 "IMF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양호한 펀더멘탈' 소리처럼 '공급우위 수급'도 마찬가지 얘기"라면서 "실제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외환보유액이 1천억달러든 2천억달러든 효력을 발휘할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지금 당장은 위기가 물건너갔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펀더멘탈이 악화되고 있고 정치상황도 여의치 않아 보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도 이날 제2의 외환위기는 없다면서 향후 1년간 원화절상전망을 고수했지만 보다 긴 시점인 장기전망은 환율상승(원화절하)으로 수정하다고 밝혔다.

이는 당장은 월간 10억달러대의 무역수지와 외국인 직간접투자자금 유입으로 공급우위의 상황이 유지되면서 시장이 위기에 직면하지 않을 것이나 수급이 불안해진다면 환율이 불안해진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당장은 큰 걱정이 없다"면서도 "문제는 향후 1년이후의 정치·경제상황"이라고 말해 무역흑자규모가 급감하고 경제가 위축될 경우 위기 재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홍재문<동아닷컴 기자>j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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