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 외환시장 위기국면에 접어드나?

  • 입력 2000년 9월 18일 17시 52분


달러화가 장중 한때 1138원까지 치솟으며 외환시장에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4일 1103.80으로 하락하며 연중저점을 경신했던 달러화는 외국인이 장중 11일째 주식순매도행진에 나서고 고유가행진으로 경제펀더멘탈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에서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라는 직격탄을 맞자 하루동안 18원이나 폭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원화절상 기대감 사라져

그동안 외환시장 수급이 일방적인 공급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확신하에 연내 1100원선 붕괴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라는 예상치 못했던 악재가 돌출하면서 시간에 쫓기고 있는 구조조정 일정이 뒤틀리자 시장분위기가 급변했다.

그동안은 월간 무역수지가 10억달러대 흑자기조를 구축한 상태에서 대규모 외자유치 자금이 속속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금융·기업 구조조정 무산에 실망한 외국인이 한국투자자금을 대거 헤지하기 시작하면 향후 수급이 수요우위로 돌아설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환율 변동성 급증

8월말 외환딜러들이 거래자제라는 단체행동에 나설때만해도 시장변동성이 하루 1원에도 못미쳤지만 경제펀더멘탈이 급속히 악화되자 환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원달러 옵션시장에서는 오늘 하루만에 변동성이 2%나 증가했으며 이날 현물환의 장중 등락폭은 무려 30원에 달했다.

시장이 일정 방향을 상실함에 따라 향후로도 환율은 뉴스와 수급변화에 따라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원화절하추세로 돌아서나?

1100원선 붕괴를 정부당국이 결사방어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펀더멘탈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에 원화가 3년간의 절상추세를 종식하고 절하추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가가 550선까지 대폭락했지만 외국인이 여전히 주식매도에 나설 경우 주식시장 붕괴는 물론 구조조정도 물거품이 될 것이기 때문에 펀더멘탈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외환시장의 현재 수급상황이 여전히 공급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외국인이 對韓투자자금을 헤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

만일 외국인이 700억달러에 달하는 주식보유분이나 직접투자자금을 헤지매수하기 시작한다면 월간 10억달러선의 무역흑자로 이를 메꾸기는 어림없는 일이다.

무역흑자도 고유가 행진이 이어진다면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외환당국이 때때로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지만 주가폭락 및 제반상황 악화로 인한 환율상승세를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풀어댈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구두개입성 안정책이 효력을 상실하는 순간 환율은 상승(원화절하)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달러화가 지난 1월7일 기록한 연중고점(1156원)을 돌파하고 1200원을 향해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원화절상기조라는 대전제가 흔들려 버린 이상 환율이 상승기조(원화절하)로 돌아섰다고 예단할수도 있다.

홍재문<동아닷컴 기자>j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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