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올림픽]16일 열전 속으로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34분


11만8000명의 관중이 자리잡은 시드니 올림픽파크의 주경기장인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

5대륙을 그린 세계 최대 크기의 그림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한 소녀가 코에 야광크림을 뿌리고 쪽빛 남태평양에 대한 아름다운 꿈에 접어든다.

소녀가 맑고 푸른 바닷속 해파리, 가오리와 뛰노는 사이 원주민 무용수들이 다가와 신령의 나무인 ‘유칼립투스’에 불을 붙인다. 그들은 주술로써 원주민 부족들간 단결을 상징하는 거대한 신령 ‘완지나’를 불러내고 신과 인간이 환한 불꽃 속에서 한바탕 춤을 추며 광활한 호주대륙의 풍요를 노래한다.

마침내 베일을 벗은 뉴 밀레니엄 올림픽의 개회식은 대자연과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한 편의 서사시였다.

4시간2분동안 지구촌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 시드니올림픽 개회식 시나리오에 담긴 ‘철학’은 즐겁게 지내라는 뜻의 인사말인 ‘굿 다이(Good day·호주 현지 발음)’.

개회식 공식 행사는 5시 세대간 화합을 상징하는 15세부터 77세까지의 늠름한 기마대가 스타디움에 입성, 5개 대륙을 나타내는 올림픽마크를 그려낸 뒤 일제히 모자를 관중석에 던지고 ‘굿 다이’를 외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이 윌리엄 딘 호주총독과 함께 입장하고 호주 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호주 국기가 별이 빛나는 푸른 밤에 높이 올려졌다.

해저의 꿈, 개벽, 불꽃, 자연, 금속, 도착, 영원 등 7가지 테마로 구성된 식전행사는 원주민시대부터 영국인들의 이주를 계기로 호주가 눈을 뜬 근대를 거쳐 현재까지 호주의 역사를 자연을 배경으로 그려냈다.

이중 마지막 테마 영원에선 2000명의 무용수들이 하버브리지와 함께 시드니의 또 하나의 명물인 안작(Anzac)다리를 만들며 호주로의 이민 물결을 표현하는 장면으로 호주의 대외개방 의지를 알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화려한 무대행사가 끝난 뒤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를 시작으로 각국 선수단이 스타디움에 들어왔으며 마지막 호주 선수단의 입장 때엔 가수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판햄이 ‘꿈을 향해’를 노래.

선수단 입장이 마무리되고 윌리엄 총독이 시드니올림픽 개막을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군중을 통해 건네진 올림픽기가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게양돼 개막 분위기는 절정을 치달았다.

페어플레이와 공정한 판정을 다짐하는 선서에 이어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가 최종 주자의 손에 의해 스타디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성화대에 붙여지며 16일간의 열전이 벌어지는 시드니를 환하게 밝혔다.

<시드니〓올림픽특별취재반>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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