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우정렬/학운위 대표들의 비교육적 요구

  • 입력 2000년 9월 7일 17시 20분


부산지역 인문고 학교운영위원장들이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비교육적인 요구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교사생활 20여년에 학생들에게 가장 부끄러웠던 것이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보충수업을 시킨 것과 야간자습을 억지로 시켜온 것이다. 마땅히 사라져야 할 비인간적 비교육적 처사인데도 학운위 대표들은 이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을 성적과 입시지옥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인문고 학생들은 오전 7시에 일어나 오후 9시나 10시까지 학교에 붙들려 있으면서 공부에 시달렸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학생들을 밤 늦게까지 붙들어놓고 공부를 시키는가.

정부가 2002학년도부터 대입제도를 바꾸면서 교사와 학생의 원성의 대상이었던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폐지하기로 해 두 손을 들어 환영했는데 학운위 대표들이 시행도 해보기 전에 과거로 되돌이키려는 처사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금 당장 자녀에게 보충수업과 억지 자습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기 바란다. 10명 중 7, 8명은 반대할 것이다. 수능시험은 과거와 달라 보충수업을 한다고 성적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이해하면서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야지 주입식 수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고 1, 2학년생들은 보충수업이 허용되지 않으며 특기 및 적성 교육만 희망자에 한해 하도록 돼 있다. 이런데도 과거와 같은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수업을 해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제 학부모의 의식도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학운위를 설치한 이유의 하나는 열린 학교행정을 실현하는 데 있는데 자신들의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독선적인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내 자식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과목 뿐만 아니라 생활 예절 교양과 인격까지 지도해야 하는데 일부 학부모들은 자식을 대학에만 보내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고 모든 학생이 건전하고 참된 인격체가 되는 것이 교육의 본질임을 이해하고 이를 이루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우정렬(부산 혜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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