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쓰는 경제학]정보사회와 노동의 미래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53분


인간해방의 가능성을 잉태한 정보혁명은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그 과실을 나눌 수 있다.
인간해방의 가능성을 잉태한 정보혁명은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그 과실을 나눌 수 있다.
화성에서는 광산 노동자들이 노예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반역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독재자가 공기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영웅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공기를 무한히 만들 수 있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장치를 작동시키는 데 성공한다. 공기가 공급된다. 공기는 희소성을 상실한다. 독재자는 권력을 잃는다. 사람들은 해방된다.

이것은 영화 ‘토탈 리콜’의 마지막 장면이다. 정보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핵심은 지식의 독점이라는 문제다.

우선 정보기술의 발전에 의해 노동자들이 축출되는 현상부터 살펴 보자. IMF사태로 이미 3분의 1 정도가 해고된 금융노동자들에게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지속적인 인원 감축이 예정돼 있다. 극단적으로 톰 피터스는 사무직 노동자 60명 중 58.6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에서는 유형재인 기계가 사람을 축출했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정보혁명에서는 무형재인 소프트웨어가 사람을 축출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축출된다는 현상이나 축출된 노동자들의 고통은 마찬가지지만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다르다. 기계에 의해 축출된 노동자들은 제품 생산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지만 인터넷에 의해 축출되고 있는 노동자들은 주로 제품의 유통에 관여하는 노동자들이다. 전자는 제품의 사용가치 때문에 필요한 노동이지만, 후자는 시장의 불완전성이나 정보의 부족 때문에 필요한 노동이다. 생산적 노동의 축출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것이 오히려 이윤율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생산적 노동의 축출은 그렇지 않다. 바로 여기에 소위 20대 80의 사회가 출현하게 되는 근거가 있다.

다음으로 노동보다 지식이 중요해지는 현상을 살펴 보자. 물론 이것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지식도 노동의 산물이고, 지식 없는 노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경향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첫째는 지식노동자의 임금이 다른 노동자의 임금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이다.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대립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격차는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둘째는 지식 자체가 상품으로 거래되는 현상이다. 지적재산권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한 수익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지식이란 독점할 경우에 더 많은 이득을 가져다 준다는 점이다. 지식의 확산을 막는 것이 지식 소유자의 최우선 정책이 된다. 도스나 리눅스 사용자에 비해서 윈도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운영체제에 대한 지식의 정도를 비교해 보라. 또 하나는 지식을 선점한 쪽이 이득을 다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도메인 이름을 선점하여 돈을 벌겠다는 아이디어 하나에 대해 육체노동자 수백명의 평생 임금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하는 사회를 지식이 풍성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비노동(지식도 노동이라고 본다)에 대해 너무 많은 대가가 지불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서비스 업체인 AOL과 같은 네트워크 기업의 가치는 접속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증가한다. 이 때 가치의 원천은 접속자 자신에게 있다. 윈도의 가치 대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윈도를 쓴다는 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의 소유자만이 모든 이익을 다 가지게 된다. 이것은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비노동의 대가, 즉 지대이다. 우연히 내 땅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게 되어서 내 땅 값이 올라간 것이다. 우리가 뼈져리게 경험해 왔지만, 불로소득이 큰 사회는 결코 바람직한 사회가 아니다.

정보혁명은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인간 해방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많은 인간을 비참한 상태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투쟁과 타협을 통해 산업혁명의 부정적인 가능성을 제어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 핵심은 노동시간을 16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인 것이었다. 정보혁명도 마찬가지다. 그것의 부정적인 가능성을 통제하고 과실을 나누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이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어들어야 한다. <끝>

강남훈<한신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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