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훈/남북화해시대 주한미군 더 절실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37분


남북관계 변화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 주한미군을 반통일 세력이나 평화통일의 장애요소로 규정하고 이들의 역할과 기능을 왜곡하여 반미감정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한미군은 6·25전쟁 당시 연인원 160여만명이 참전해 5만4000여명의 전사자와 10만3000여명의 부상자 등 총 15만8000여명의 고귀한 희생을 감내하며 우리나라를 구해 주었다. 현재도 한미 공동의 작전권 행사로 한반도 전쟁 억제를 비롯하여 경제발전에의 기여와 한반도 통일과정에서의 안정적 역할기대 등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전쟁억제력으로, 현재 남북한간의 엄청난 군사력 격차(25%)를 메워주는 것은 주한미군 전력이다.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미 제2보병사단과 함께 F16, A10 등 최신의 전술기로 공군 전체 전력의 약 30% 정도를 지원해주는 미7공군, 그리고 군사 인공위성과 U2기 등 각종 첨단장비에 의한 정보수집 및 경보기능 등을 제공해주고 있어 북한의 대남전쟁 도발 억제력 강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 자동 개입하게 될 증원전력의 규모도 지상군 2개 군단, 5개 항모전투단, 2개 해병기동군, 공군 32개 대대 등 총 병력 64만3000명과 핵 우산제공을 포함한 막강한 전력으로 구성돼 있다.

다음은 안보비용 절감과 경제발전에의 기여를 들 수 있다. 주한미군의 기지사용이나 연합방위증강사업(CDIP)에 의해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연간 3억달러 정도의 지원금 등을 문제삼아 도시발전과 국가경제에 큰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향후 5년간 매년 투자비 32억달러, 유지비 20억달러 등 총 260억달러를 투입해야만 대체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3조8000억원으로 2년 이상의 총 국방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같은 안보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미군 주둔으로 인한 한국인 근로자 고용, 소비지출 등 부수적 경제효과도 수십억달러에 이른다. 끝으로 한반도 통일과정에서의 안정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정부가 추진하는 햇볕정책이나 남북 화해 협력도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안보의 기조가 바로 한미 연합전력에 의한 완벽한 국방태세에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가 진전될수록 주한미군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남북통일 이후에도 동북아 세력 균형을 위한 다자간 안보협력기구 구축 차원에서 주한미군은 계속 존속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국민 모두는 역사적 사실과 현실을 직시해 어떤 것이 국익에 보탬이 되고 안되는가를 분별할 줄 아는 혜안을 가지고 주한미군 문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상훈(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