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FRB의 금리유지 배경과 의미

  • 입력 2000년 8월 23일 11시 04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유지 결정은 여러 측면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

이번 금리유지 결정은 FRB가 적어도 인플레를 통제권에 접수했다는 것을 의미, 미국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스프레드가 추가 확대되지 않음으로서 이들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함께 미국증시가 적어도 1개월 이상 금리인상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증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금리유지 배경

이번 연방기금의 금리동결은 미국경기의 성장세가 현저히 둔화되고 있으며, 이에따라 인플레 우려가 현저히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소비자들의 소비붐은 완만하지만 감소추세를 보이는 반면 산업현장의 생산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과열을 보이던 경기가 쾌적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주요 경기지표로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비롯 생산자물가지수(PPI) 산업생산성 베이지북 경기선행지수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미국경제의 성장속도가 '과속'에서 벗어나 '적정'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지표로는 CPI 베이지북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지난 16일 발표된 7월 중 CPI는 전달에 비해 0.2% 상승하는 데 그치는 등 지극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7월의 PPI 증가율 역시 0.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주가하락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기업들은 투자규모를 줄인 때문이다.

FRB가 지난 9일 발표한 '경제활동 보고서(일명 베이지북)' 역시 미국경기가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침체에 빠질 위험은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베이지북은 지난 6∼7월 미국 경기가 진정되기 시작하는 조짐이 확산되고 있으나 침체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가 내놓은 '경기선행지수'도 지난 4월 불변(不變), 5월 0.1% 하락에 이어 6월에도 불변인 것은 나타나는 등 경제 성장세가 진정되고 있음을 시사했다.컨퍼런스보드는 경기선행지수를 발표하면서 최근 몇개월간 선행지수가 변하지 않은 것은 경기활동 속도의 측면에서 적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신규건설 주택가구수와 주택거래수의 감소,소매판매 감소 등은 인플레로 직결되는 소비붐이 식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장속도는 둔화됐지만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은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생산성 증가율을 꼽을 수 있다.지난 2/4분기 중 산업 생산성 증가율은 2.4%로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높은 생산성으로 근로자의 임금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적제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시장에 매우 긍정적이다.

◆금리유지의 의미

우선 기업활동이 왕성해질 수 있다.작년 6월부터 6차례나 계속된 금리인상에 따라 금융부담은 증가하고, 순이익은 감소하는 등 기업활동이 급속히 위축됐었다.

또한 세계경제 주체간 금리격차가 추가로 커지지 않음에 따라 일본 유럽지역의 경제가 힘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연방금리는 연 6.5%인 반면 유로존의 조달금리는 4.25%, 일본의 콜금리는 0.25%로 주요 경제주체 간 금리차이가 적잖은 편이다.

이같은 현상은 자산가치가 높은 미국시장으로 세계자금이 편중되는 등 자금의 흐름에 왜곡을 초래해온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3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07엔대로 진입, 엔화가치는 오르고달러가치는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는 것도 이같은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FRB의 금리동결은 세계증시에 적잖은 호재가 될 수 있다.이번 조치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측면이 강하지만 악재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특히 적어도 1개월 이상, 크게는 오는 11월 중순까지 미국증시가 금리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증시는 하반기 중 대세전환을 맞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전망

현재로는 오는 11월7일의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FRB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FOMC는 10월5일 열리는 회의가 유일하다.FOMC는 "정치이슈는 FOMC의 통화정책과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그린스펀의 성향을 감안할 때 '변수가 될 수 있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로이터통신).

그러나 금리인상 싸이클이 끝났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대통령 선거 후에 열리는 FOMC는 11월15일과 12월19일 등 2차례 남아있다.

FOMC 역시 이날 회의 후 내놓은 성명에서 "10년 째 호황을 누리는 미국경제에 물가 압력이 스며들 위험은 여전하다"고 경고,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 언제든지 금리를 인상할 방침임을 강력 시사했다.이 성명은 특히 성명은 왕성한 수요와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여전히 인플레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오브리&랜스턴의 데이비드 존스 수석 경제학자는 "미국경제에 대한 FRB의 시각이 낙관적으로 바뀌었으며 정치 경제적 이유로 10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FRB의 금리인상 시리즈가 이것으로 막을 내렸다는 판단은 너무 성급하다"고 말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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