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양재성/지리산댐 만들면 낙동강 죽는다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55분


정부가 지리산에 식수댐을 건설하려는 계획은 지난해 3월 예비 타당성조사를 위한 협조공문이 경남 산청군에서 발견되면서 공개됐다. 이 계획은 즉각 서부 경남 환경단체 및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했다. 4월에 진주의 환경연합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리산댐 건설 백지화 투쟁본부가 결성됐다. 5월에는 산청군 지리산댐 백지화 대책위원회가, 7월에는 함양군 지리산댐 백지화 대책위원회가 각각 결성됐다.

이후 지역 주민은 물론 불교계와 기독교계 인사들도 각각 지리산댐 백지화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전국의 환경단체 시민단체 등 300여개 단체가 참가하는 지리산 살리기 국민연대가 20일경 서울에서 결성될 예정이다.

지리산에 댐을 건설하면 안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리산댐 건설은 민족의 젖줄인 낙동강을 포기하는 정책이다. 낙동강은 한국을 산업화하는 원동력을 제공한 은혜로운 강이다. 그 은혜를 제공하느라 낙동강은 지금 중병을 앓고 있다. 그런 낙동강 인근에 위천공단을 세우겠다는 것은 낙동강을 고스란히 포기하겠다는 정책이다.

지리산댐이 오염된 낙동강물 대신 깨끗한 식수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게 되면 위천공단을 조성할 빌미를 주게 되고 그로 인해 낙동강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지리산댐이 건설되면 중산리계곡과 칠선계곡 백무동계곡 입구 등 수려한 계곡이 물에 잠길 것이다. 이로 인해 지리산의 생태계가 엄청나게 파괴될 것이다. 지리산댐이 건설되면 이 지역을 떠나야 할 주민들은 삶의 공동체성은 물론 조상의 얼이 깃들인 곳을 잃게 된다.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이 결성되면 지리산댐 건설 문제는 전국적인 환경문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지리산댐 백지화는 물론 지리산을 생태공원으로 지정하자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경남 지역 주민들은 함양군 산청군 등에서 올해 가을 잇따라 지리산댐 백지화를 촉구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 행사들을 다양한 내용을 곁들인 문화행사로 치를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정부를 설득하며 수자원 정책의 개혁을 촉구하고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에게 지리산댐 백지화의 필요성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양재성(지리산댐 함양군 백지화 대책위 사무국장·함양제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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