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렇구나]"홈런의 근원은 어디? 근육인가, 유연성인가."

  • 입력 2000년 7월 19일 15시 00분


“저게 무슨 근육이야. 살덩이지”

최근 몇년간 홈런포를 펑펑 날리는 선수들을 보면 예외없이 덩치가 좋다. 오히려 호리호리한 이승엽(삼성)이 이상할 정도다. 비결은 웨이트트레이닝.

웨이트에 힘을 쏟는 선수들은 동료들에게 권유할 정도다. 그러나 원로감독들은 견해를 달리 한다. 지난주 강병철 SK감독은 두산과의 경기에 앞서 김동주(두산)의 타격훈련 장면을 보고는 혀를 끌끌 찼다.

저런 식으로 살만 찌우다가는 선수 생활을 오래 못한다는 얘기다. 강감독은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김동주 같은 체격의 타자였습니까? 그렇지 않고도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잖아요.”

타격은 파워보다는 오히려 타이밍의 싸움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강감독은 김동주가 저런 식으로 허벅지를 키우고 몸만 불리다가는 선수생활이 단축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김동주는 최근 허리 등 여러 부위의 부상이 잦은데다 3루 수비범위 또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 원인이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인한 근육증가 탓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러나 실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우고 있는 선수들의 견해는 반대다. 하루에 스무개의 계란을 먹으며 단백질로 허벅지와 팔뚝의 굵기를 늘리고 있는 심정수의 말을 들어보자.

“그건 웨이트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립니다. 웨이트는 단순히 근력만 키우는 게 아니라 근육의 유연성과 근육의 지구력까지 키워주지죠. 옛날에는 훈련방식에는 웨이트 메뉴가 없었을 뿐이었구요.”

홈런 타자 계보에 없었던 송지만(한화)도 지난해부터 엄청난 양의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는데 공교롭게 올해부터 홈런 갯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또한 노장들의 눈에는 웨이트와 상관없다는 견해. “송지만의 기마자세는 홈런보다 안타를 내는데 유리하다. 안정된 스탠스에서 코스와 구질에 상관없이 갖다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송지만을 잘 아는 한 원로감독의 말이다. “야구는 그저 집중력의 싸움일 뿐이다. 지만이는 어느 해보다 더 좋아진 자신의 집중력에 감사하면 된다. 웨이트트레이닝 우위론은 낭설이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웨이트 유행이 조금 가시는 몇년 뒤면 평가가 가름나지 않을까.

< Cyber Reporter enterspor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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