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부터 ‘유머’를 주고받게 되었을까?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설명하기 좋아하는 생물학자들도 ‘유머’ 앞에서는 난감할 것이다. 잡아먹을 듯 덤비는 포식자를 웃겨 되돌려 보내지 않고서야, 유머가 생존 전략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과학계는 요즘 사람이 유머를 즐길 때 뇌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인 반응에 관심이 높다. 전두엽(이마 바로 뒤쪽에 위치한 대뇌 영역)을 손상 당한 환자가 유머를 이해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보고 이후, 신경과학자들은 유머를 전담하는 영역이 뇌 앞쪽 어딘가에 존재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영국의 심리학자 비노드 고울은 인간이 유머를 이해할 때 전두엽 뿐만 아니라 양쪽 측두엽을 포함해 대뇌 영역이 폭넓게 관여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미국의 심리학자 피터 더크는 뇌파 검사를 통해 유머 속에 반전이 있을 때 대뇌의 전위도 큰 변화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상치 못한 결말이 전체 이야기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때, 사람들은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다. 바로 이 짧은 반전의 순간에, 뇌에서는 복잡한 정보 처리 과정이 일어나며, 창의력처럼 고등한 사고 과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활발히 활동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유머’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등한 ‘지적 활동’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은 그 절망을 헤쳐 나갈 지혜가 있다. 그런 면에서 ‘잘 생긴 남자보다 유머러스한 남자를 더 좋아하는’ 요즘 여성들은 정말 현명해 :-)
<정재승>sjeong@boreas.med.yale.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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