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거주 외국인 국적별 집단村 형성

  • 입력 2000년 7월 3일 18시 41분


최근 서울 거주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국적별 집단 주거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올 3월현재 서울 거주 외국인은 6만2000여명으로 성북구 성북동은 미국인, 서초구 반포 4동은 프랑스인, 서대문구 연희동은 화교, 용산구 동부이촌동은 일본인 주거지가 되고 있는 것. 또 강남구 일대에는 미국인과 일본인의 이주가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집단 주거지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사업을 하기에 편리하고 자녀 교육시설이 있는데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형태의 주거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97년 9월 국내에 입국, 반포 4동에서만 살아온 주부 나탈리 피카민(37·프랑스)은 “애 때문에 프랑스외국인학교가 있는 이곳을 찾게 됐다”며 “유럽풍의 주택도 마음에 들어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8월부터 성북동에 살고 있는 주부 바버라 데슐테스(61·캐나다)는 “도심에서 가까워 남편이 출퇴근하기 편리한데다 주변에 녹지가 많아 성북동에 살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의 집단 주거지에는 독특한 현상도 나타난다. 화교들은 연희동 한성화교중고교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주택과 상가를 집중 매입, 이 일대에 자신들의 상권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초까지 근처에 10여개의 중국음식점이 새로 생기면서 최근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한 번씩 들르는 명소로 부상했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지역주민과의 문화교류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서초구로부터 자신들의 주거지 일대가 ‘프랑스 문화지구’로 지정된 뒤 서초구와 공동으로 ‘한불정보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한불친선음악회’ 등 다양한 예술행사도 개최해오고 있다.

국적별로 선호하는 주택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외국인 전문 부동산 중개업체 ‘낸시 비즈코’의 박소영 이사는 “ 성북동에 사는 미국인들은 흰색 인테리어의 1층에는 손님들을 불러 파티를 할 수 있는 식당과 거실을 연결한 형태의 공간을 꾸미고, 2층에는 가족실을 만들어 철저하게 프라이버시를 강조한다”고 설명.

반면 한남동과 반포4동에 사는 유럽인들의 집은 가족실을 따로 두지 않고 다양하게 공간을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라는 것.

이들의 집단 주거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타운이나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처럼 독립된 타운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다국적 부동산중개업체 ‘센추리 21’의 권오진사장은 “미국을 찾는 한국인이 이민 등 정착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주재원이나 사업목적으로 제한된 기간만 체류하기 때문에 집단 주거지 형성에는 소극적”이라고 분석. 여기에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우리 국민 의식도 한몫해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반포동 쇼핑-편의시설 만족"▼

서울 어디보다도 신선한 공기와 풍부한 녹지, 아름다운 전망이 매력적이다. 아침 일찍 조깅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인테리어도 뛰어나고 집 설비도 훌륭하다. 한 달에 한 번쯤 친구나 남편의 동료, 사업파트너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 때마다 모두들 부러워한다. 가까운 ‘거북슈퍼’나 ‘해태마트’에선 필요한 모든 생필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도심으로 가기에도 편리하다.

바버라 데슐테스(61)는 캐나다업체 알칸사가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대한알루미늄을 인수, 설립한 알칸대한주식회사의 사장인 남편 앤디 데슐테스(62)를 따라 지난해 8월 입국, 성북동에서 살고 있는 캐나다 주부다.

▼"성북동 녹지 많고 전망 일품"▼

걸어서 2∼3분 거리에 학교가 있어 딸 알렉시아(5)가 걱정없이 유치원을 다닐 수 있다. 주변에 프랑스에서 온 사람들이 몰려 있어 파리에서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동네슈퍼 ‘농심가’와 승용차로 5분 남짓 걸리는 버스터미널에 ‘킴스 클럽’ 등 쇼핑시설이 많다. 서초구청에서 프랑스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해주어 고맙다. 주변에 파리보다는 못하지만 녹지 공간도 많은 편이다.

나탈리 피카민(37)은 까르푸에 근무하고 있는 남편 이브 피카민(43)을 따라 97년 9월 입국, 반포4동 일대에서 딸 알렉시아와 세 살배기 아들 앙트니와 같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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