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경제특구 되려면

  • 입력 2000년 7월 2일 2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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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의 정주영 전명예회장 일행이 금강산 일대를 경제특구로 개발하는 데 북한당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강원 고성군의 해금강 남단에서 통천에 이르는 50㎞ 일대를 대상으로 세계적 무역 금융 문화 관광지역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경제특구 지정 여부의 결정 주체인 북한이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현대측 발표 내용도 다소 추상적이긴 하다. 그러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번 합의는 북한의 대외개방 노력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다.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지름길은 개방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번 금강산일대 경제특구 지정합의가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북한은 이미 91년 나진 선봉 자유무역지대를 선포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외국인투자법 외환관리법 외국인출입규정 등 15개 법령도 정비했다. 그러나 그 후 계속된 서방국 대상 투자설명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지역에 외국인들의 대형투자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번 금강산 경제특구의 성패 여부도 기본적으로는 남한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외국투자자들이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느냐 하는 데 달려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전적으로 북한당국이 갖고 있다. 북한이 진실로 외부자본의 유치를 바란다면 신뢰회복 차원에서도 국제경제 관행에 맞도록 규약과 규범을 고치거나 새로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변화상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시기에 평양당국이 교역 투자관련 각종 장애를 신속히 제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합의 당사자이자 배타적 창구로 인정된 현대도 이윤추구에 집착해 독점의식으로 일을 추진하지 말고 보다 많은 국내기업 및 외국투자자들과 컨센서스를 이뤄 제대로 된 대북경협의 틀을 솔선해서 만들어 나가기 바란다. 경제특구 개발이 성공한다면 이는 단순한 금강산관광 길 개척이나 적십자회담보다 남북한간 화해와 협력을 이룩하는 데 훨씬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환경보호도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개발경제 과정에서 한번 유린된 환경은 그것을 복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뼈저리게 체험하지 않았던가. 개발 주체들은 금강산 일대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보존의 가치가 있는 천혜의 자연이라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6·15선언 이후 남북한은 여러모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변혁은 경제력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도 금강산특구는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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