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2010년 첨단상품]디지털 의류

  • 입력 2000년 6월 29일 18시 44분


런던 임페리얼대학의 실험실에서 학자들이 향수병과 외과수술에 쓰이는 초소형 튜브에 둘러싸여 미래의 옷을 디자인하고 있다. 미래의 옷이란 바로 향기셔츠. 여기에 인간의 맥박, 호흡, 혈압, 체온에 따라 반응하는 전자 센서가 부착되면 셔츠는 적절한 시기에 옷자락에 숨겨진 향기를 방출할 것이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느낄 때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혀 주는 바닐라 향기를 방출하고, 끝날 줄 모르는 회의를 하면서 지루함을 느낄 때는 활력을 주는 제라늄 향기를 방출하는 옷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옷의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런던의 왕립 예술대학에서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제니 틸로슨이다. 자칭 ‘감각 디자이너’라는 그녀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참드 테크놀로지(Charmed Technology)라는 회사에서 향기를 전도하는 천을 실험하고 있다. 향기를 방출할 수 있도록 작은 관을 천과 함께 섞어서 짠 제품을 앞으로 5년 안에 영국의 백화점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향기셔츠는 아마 최초로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디지털 의류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향기셔츠는 현재 개발중인 ‘스마트 옷’ 중의 하나일 뿐이다. 정보처리가 가능한 천이나 데이터를 전송하는 천 등에 관한 연구는 그저 모양이 좋고 주인을 보호해주는 옷 대신 센서를 통해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동적인 옷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 능동적인 옷은 기본적으로 주인의 맥박, 혈압, 체온, 호흡을 관찰해서 거기에 반응을 보이도록 돼있기 때문에, 주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해서 이상이 있을 경우 병원에 경보를 울려주도록 설계될 수도 있다. 또 운동선수의 훈련에 쓰일 수 있도록 설계될 수도 있으며, 주인의 맥박이 빨라지면 색깔이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패션의류로 변신할 수도 있다.

의류제조업체와 디자이너들은 벌써부터 이러한 사이버의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0년 봄-여름 컬렉션에는 작은 램프가 옷자락에 숨겨져 있다가 튀어나오도록 되어 있는 ‘독서용 재킷’, 휴대전화용 이어폰이 내장되어 있는 ‘목소리 재킷’, 자동차 운전석의 모양에 맞춰 운전자가 편안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첨단 섬유로 만든 옷 등이 출품됐다. 이들 옷은 아직 디지털 의류가 아니라 아날로그 의류이지만, 데이터 전송능력을 갖춘 진정한 디지털 시대를 예고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611mag-sui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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