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기흥/부러운 美 民官협력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2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인간 게놈 지도 초안 완성 발표 행사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과 게놈 연구의 두 주역인 미 국립보건원의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 셀레라 제노믹스사 회장인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참석했다. 콜린스 박사는 미국 등 18개국이 추진해 온 인간게놈 프로젝트(HGP)의 정부측 책임자이고 크레이그 박사는 정부측과 경쟁하며 민간 부문에서 게놈 연구를 진행해 온 주역.

클린턴 대통령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게놈 프로젝트의 성공을 선포하며 이 두 사람의 공로를 칭송했다.

이어 게놈 지도 초안 완성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등단한 셀레라사의 벤터 박사는 “클린턴 대통령이 민관 협력을 위해 헌신하고 오늘을 더욱 역사적인 날로 만든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답례했다. 그는 “정부가 기초과학연구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지 않았더라면 인간 게놈의 청사진 완성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몇 년간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증액하느라 애써온 클린턴 대통령과 의회의 노고에 갈채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정부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게놈 연구는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인 1990년 공화당 정권 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게놈연구를 중점적으로 지원해 마침내 과학기술사의 새 장을 여는 데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미 정부가 연구에 간섭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미 정부는 이처럼 민간의 활동을 지원하면서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행위에 제동을 건 데서 볼 수 있듯이 정부 본연의 임무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최근 의료대란에서 보듯 걸핏하면 대결 구도로 치닫는 한국 정부와 민간 양측이 미 정부와 민간의 아름다운 협조를 지켜보며 발상의 전환을 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한기흥<워싱턴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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