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나, 젠더, 사랑… 키워드로 엮은 한국문학

  • 동아일보

◇동시대 문학사 1∼4/이광호 등 총 19인 지음/각 208∼248쪽·1만6800원·문학과지성사

소설가 염상섭(1897∼1963)이 동아일보에 1927년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연재한 ‘사랑과 죄’. 일제강점기 주인공 이해춘은 화가의 꿈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여인 지순영과 함께 중국으로 망명한다.

황종연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는 두 인물이 ‘민족의 투쟁을 위해’ 망명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즉, 이상적인 연애를 “반제국주의 혁명에 통합된 남녀 관계”에 둔 서사라는 것. 황 교수는 “이광수에서 염상섭에 이르는 작가들이 새로운 이상으로 간주한 연애는 서양의 낭만적 문화에서 자라난 사랑의 번안이었다”고 봤다. 문학 속 사랑이 근대성과 식민성, 혁명과 신자유주의, 전쟁과 개발독재 사이에서 재구성된 ‘역사적 상상력’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문학과지성사가 근현대 한국 문학을 다층적으로 톺아보고자 비평 앤솔러지 시리즈를 출간했다. 염상섭의 ‘사랑과 죄’ 등을 다룬 ‘사랑’ 편에 참여한 교수와 문학평론가 5명은 사랑을 시대마다 바뀐 언어와 윤리, 권력 구조를 따라 표현된 개념이라고 본다. 문학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실험할 가치 있는 문명한 삶의 일부’라는 사랑의 관념을 근대 사회에 정착하도록 도왔다”고 분석한다.

총 4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는 1910년부터 2020년까지의 문학을 ‘나’ ‘젠더’ ‘사랑’ ‘폭력’ 등 주제별로 나눠 재조명했다. 권당 5편씩, 총 20편의 비평이 실렸다. 문학평론가와 교수 19명이 각자 꼭지를 맡아 문학이 시대와 어떻게 호흡해 왔는지 깊이 있게 살폈다.

20세기 문학이 ‘개인’이란 주체를 탐구한 면면을 밝힌 시리즈 첫권 ‘나’ 편도 눈길을 끈다. ‘나’에 대한 성찰과 발화의 본질적 한계를 ‘주름’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우찬제 서강대 국어국문학 교수 등의 비평이 실렸다.

#염상섭#사랑과 죄#일제강점기#망명#문학과지성사#근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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