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인터넷 셀프서비스 정부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미국 보스턴 시민들은 망가진 도로표지를 신고하거나 주차위반 과태료를 내는데 인터넷을 이용한다. 인디애나폴리스시에서는 시민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시 예산을 들여다보고 직접 시장에게 의견을 전송한다. 미국에서는 이같은 형태의 e정부가 출현해 시청이 문을 닫은 한밤중이나 주말에도 시민들이 시청 웹사이트에 들어가 온갖 민원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다. 일종의 셀프서비스 정부라고 할 만하다.

▷전자정부가 실현되면 관공서 창구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선 민원인들의 행렬이 사라져 일종의 관민 합작의 새치기라고 할 수 있는 급행료도 당연히 없어질 수밖에 없다. 전화통을 들고 짜증을 내며 구청이나 동사무소 직원을 괴롭히던 풍경도 BC(Before Com-puter)시대의 옛날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민원 창구도 당분간은 열어 두어야 한다. 인터넷을 모르는 노인이나 문맹자들에게 e정부를 이용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을 테니까.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2만여개 웹사이트를 하나로 묶는 firstgov.gov라는 정부 종합포털을 90일 안에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선거전에서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은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으로 모든 행정 서비스를 해결하는 디지털 정부를 출범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디지털 정부는 불필요한 레드 테이프와 공무원 수를 대폭 줄여 세금 절감을 가져온다. 시민들은 점점 행정 분야에서도 세계 최대의 인터넷 책방인 아마존닷컴 같은 수준의 질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게 돼 결국 e정부에 처진 장관이나 도지사, 시장, 군수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전자정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유령은 빈부의 차에 의한 정보 격차(디지털 디바이드)다. 디지털의 단비가 이미 파랗게 자란 잔디밭에만 떨어져 소수의 특권층만 전자정부의 혜택을 받게 할 수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는 하드웨어 쪽보다 교육에서 생긴다. 인터넷을 할 수 있는 PC는 미국 가정의 99%에 보급된 텔레비전보다 싸다. 문제는 공공장소에 인터넷 키오스크를 설치하더라도 교육받은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황호택논설위원> ht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