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한국판 BK 두산 한태균, 선발 합류 뒤 3승1패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29분


지난 6년간 그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팬들의 각광 속에서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화려한 프로야구 선수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구단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하루하루를 메워나가는 ‘직장인(?)’에 불과했다고나 할까.

두산의 사이드암스로 투수 한태균(29).

광영고-연세대를 졸업하고 94년 프로에 입문. 6년간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패전처리 내지 중간계투가 전부. 지난해까지 개인통산 6승4패 1세이브 평균자책 3.17의 기록은 6년간 이룬 성적치곤 너무 보잘 것 없었다.

한태균은 무명시절 “나의 존재가치가 과연 있기나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올해부터 한태균이란 이름 석자는 두산팬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남기 시작했다. 그동안 매년 시름시름 아팠던 팔꿈치나 어깨통증이 가시지 않았으나 올핸 신통하게 투구수가 늘어나도 팔이 아프지 않았다.

불펜에서 자신있게 위력적인 공을 뿌리자 코칭스태프는 지난달 24일 잠실 현대전부터 전격적으로 선발로테이션에 합류시켰다.‘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던가. 현대전에서 4와 3분의2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하더니 경기를 치를수록 믿음직스러웠다.

선발로 돌아선뒤 6경기에서 3승1패. 22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7이닝 동안 5안타 무실점으로 팀승리에 공을 세웠다. 몸쪽 싱커와 바깥쪽 반포크볼, 슬라이더 등 ‘춤추는 변화구’에 한화타자들의 방망이는 속수무책. 그야말로 ‘한국의 김병현’이라고 할 만큼 볼의 변화가 심했다.

한태균은 올해 달라진 점을 두가지로 꼽는다. 제구력과 볼끝(movement). 배트 중심을 비켜가는 볼의 움직임은 좋은 투수의 조건중 하나다. 이 볼을 마음먹은 곳에 꽂을 수 있다면 타자들을 요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기외적인 면에서의 변화는 생활이다. 그는 “이젠 내가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됐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편하다. 표정이 밝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요즘 하는 걸로 봐선 두산 에이스”라고 하자 한태균은 “에이, 우리 팀에 좋은 투수가 얼마나 많은 데요”라며 피식 웃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