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usiness]'하버드 '실리콘 밸리'공략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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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영대학원은 거의 100년 동안 대기업들의 지적인 센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사관학교’라고 불리던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최근 몇 년 동안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벤처기업들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학교를 재편하려는 노력이다.

벤처기업은 오늘날 많은 하버드 학생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곳이며, 미국 최고의 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고, 가장 유명하며,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도 가장 중요한 라이벌인 스탠퍼드 대학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실리콘 밸리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번 달 초에 하버드를 졸업한 MBA들은 한때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상징적인 강의였던 일반 경영 강의를 필수로 수강한 최후의 학생들이었다. 이제 학생들은 일반 경영 대신 1학년 때 반드시 ‘창업 관리자’라는 강의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내년이 되면 40명의 학생들이 정규 강의 대신 대부분 실리콘 밸리에 있는 작은 기업들에서 두 달간 일하는 것으로 학점을 받는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학교 관리들은 이미 하버드가 그 어떤 경영대학원보다도 더 많은 졸업생들을 실리콘 밸리로 보내고 있다고 자랑하기 시작했다.

30년간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였으며 커리큘럼의 교체를 감시하는 부대학원장인 제이 라이트는 “뛰어난 25세 젊은이들을 계속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변화를 해야 한다”면서 “만약 우리가 그 젊은이들이 인생에서 하고 싶어하는 일과 연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이 같은 변화에는 커다란 위험부담이 따르고 있다. 하버드는 앞으로 10년간 사용될 커리큘럼을 짜면서 작은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생각을 크게 반영했다. 그러나 최근 주식시장의 변덕스러운 장세는 소기업 창업의 열기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지난 10년간의 인수 합병 열기는 과거보다 더욱 규모가 큰 기업들이 앞으로도 계속 경제를 지배하게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하버드의 교수들은 지난 5년 동안의 경제적 변화 때문에 자신들도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지만, 대기업들에 대한 연구를 제쳐두고자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말한다. 1995년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원장을 맡고 있으며 경영대학원을 잘 이끌어온 공로로 현재 공석인 하버드 대학 총장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킴 클락은 “우리는 기업을 일으키는 것을 기업 성장의 한 단계가 아니라 경영의 한 방식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영학 교수인 로자베스 캔터는 “요즘 대기업들이 창업 기업들처럼 행동하고 싶어 안달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새로 마련된 강의들이 때로 매끄럽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캐터필라나 P&G 같은 대기업들의 비용절감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에 대한 사례연구보다 소규모 창업기업들에 대한 사례연구를 다루는 요즘의 강의가 훨씬 더 낫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하버드의 변모가 미국의 기업전략과 관련해서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다. 하버드 출신의 MBA들은 수십년 전부터 미국 전역의 자문회사, 증권회사, 대기업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재능 있는 학생들이 스스로 기업을 창업하거나 소규모 기업에 합류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생들의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려는 하버드의 노력이 세계적인 기업을 경영하는 법보다는 벤처 자본을 얻어내는 법에 더 정통한 사람들을 길러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학생이며 대학 졸업 후 두 개의 기업을 창업한 바 있는 케빈 랠런드(28)는 “우리 세대가 모두 10∼50명 규모의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면서 “나중에는 다국적 기업을 경영하는 경험을 지닌 사람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nancial/sunday/061800biz-leon-harv.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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