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현대문제 수습국면, 중견그룹문제는 남아

  • 입력 2000년 5월 30일 15시 52분


현대그룹의 유동성위기가 수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퇴진요구를 거둬들이고 현대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자구계획을 31일중 발표하는 것으로 한발씩 물러서 타협을 이뤄냈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30일 오전 김재수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김운규 현대건설 사장과 만나 현대그룹이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자구대책 및 경영개선계획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밤에는 걱정이 돼서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오늘 현대 인사들과 만나고 나니 杞憂였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며 홀가분해해 현대측과의 얘기가 잘 됐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행장은 현대측이 내일 발표할 자구계획이 단기대책과 중장기대책으로 나누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단기유동성문제 해소될 듯

단기대책은 유동성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현대건설이 보유중인 3천4백억원어치의 주식을 파는게 중심이다. 현대가 매각을 늦추거나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 헐값에 파는 것을 막기위해 현대측은 채권은행에 3천4백억원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처분을 위임하기로 했다.

채권은행들은 시장상황을 봐가면서 주식을 팔아 기존 대출금을 상계하거나 신규대출을 해 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대건설의 유동성문제는 완전히 해결된다는게 김행장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CP차환발행이 막혀 보유잔액이 4천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채권은행이 2천5백억원의 당좌한도를 늘려주고 보유주식매각으로 3천4백억원을 확보하면 CP를 모두 회수당한다고 하더라도 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의 경우도 1천5백억원의 당좌대출한도가 늘어나면 상반기까지 자금수급계획이 문제가 없다는 게 외환은행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계열사및 부동산매각 계획 발표

현대가 채권은행에 제시한 중장기대책은 계열사매각 계열분리 신규사업축소 부동산매각 등이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대책이다. 계열사를 판다거나 부동산매각은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지만 구체적인 매각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게 외환은행의 설명이다.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불명확

지배구조개선 문제는 다소 불명확하다.

김행장은 이와관련 "정주영 명예회장의 퇴진은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지배구조개선문제는 현대측이 이미 밝힌바 있고 현대측이 시장과 여론이 뭘 원하는지 알기 때문에 현대측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안정과 정주영 명예회장 不退 맞바꾼듯

정부는 당초 정주영 명예회장이 퇴진하는 것이 현대의 지배구조개선의 핵심이라고 보고 강력히 요구했으나 현대의 반발에 부딪쳐 한발 물러섰다. 정부가 이 문제를 양보하는 대신 현대가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계획은 철저히 마련해 현대문제로 인한 시장불안을 진정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몽헌 회장과 정몽구 회장간의 이른바 '왕자의 난'에서 볼수 있듯이 현대호가 안고 있는 아킬레스건이자 재벌의 장기적인 경쟁력제고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정권의 빅이벤트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현대문제로 시장이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정부가 한발 물러섰지만 언제 다시 불거질 수도 있는 휴화산이라 할 수 있다.

▲현대 해결돼도 중견기업 자금난은 여전히 남아

현대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곧바로 금융시장이 완전히 정상을 회복할 것으로 보는 것도 성급한 일이다.

현대그룹에 가려져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회사채 및 기업어음(CP)시장마비에 따른 중견그룹의 자금난도 심각하다. 이들 기업의 문제는 현대만큼 폭발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회사채와 CP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을 또다시 불안에 떨게 할 지뢰밭이라고 시장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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