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방사선 치료 후두암등 90%이상 완치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29분


1988년 당시 거물 조직폭력배인 A씨가 폐암 3기말로 서울의 S종합병원에 입원했다. 수술로 폐를 도려내고 방사선 치료를 받은 김씨는 기적적으로 완치됐는데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 됐다. 검찰이 K씨를 치료한 방사선 전문의들을 불러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방사선 치료까지 한 말기 폐암 환자라면 죽거나 시름시름 앓아야 하는데 K씨는 너무나 멀쩡하니 폐암도 아니고 방사선 치료도 가짜였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는 방사선 요법이 수술이나 약물 등으로 치료가 안돼 죽기전 마지막으로 받는 ‘최후의 치료법’으로 잘못 알려져 생긴 오해.

▼가장 안전한 치료법▼

방사선은 수술이나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사망률도 낮은 안전한 암치료법. 수술이나 약물요법과 함께 사용되기도 하지만 단독으로도 암환자를 치료하는데 쓰이고 있다.

방사선 치료법은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방사선을 환부에 집중적으로 쬐어 암을 치료하는 기술. 초기에는 X선 촬영 등 병의 진단용으로 쓰이는 저에너지 X선을 그대로 사용해 뼈조직이 파괴되는 등 치료효과보다 부작용이 심했다.

획기적으로 방사선 치료가 암치료에 도입된 것은 1950년 코발트치료기가 개발되면서부터다. 고에너지 감마선을 방출하는 이 기계는 신체의 깊은 부분까지 침투해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다. 10년 뒤에는 고에너지 X선, 전자선 등을 내뿜는 선형가속기가 개발돼 암은 물론 양성종양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됐다. 1970년대 후반 CT(전산단층촬영)와 3차원 컴퓨터의 개발도 암세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50% 완치 또는 호전▼

방사선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치료 부위나 기관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조기 유방암은 약간의 유방조직을 떼어낸 뒤 방사선 치료를 하면 ‘소중한 부분’을 지킬 수 있다. 선진국에선 암환자의 50%가 방사선 치료를 받아 완치되거나 병이 호전돼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자궁암은 1기 90% 이상, 2기 70∼80%, 3기 50%의 완치율을 보이고 후두암은 목소리를 잃지 않고 90% 이상 완치된다. 국내에서는 방사선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30%만이 ‘혜택’을 보고 있다. 5월 현재 방사선 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서울 18개, 지방 22개 등 44개. 1965년 원자력병원이 코발트치료기를, 1972년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선형가속기를 들여왔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방사선 시대를 연 것은 1980년대. 서울대 등 국립대병원에서 선형가속기를 일제히 들여왔고 진단방사선과에 속했던 치료방사선이 방사선종양학과로 독립해 전문의를 배출하기 시작한 것.

▼탈모는 무관▼

방사선 치료는 하루 한두 번씩 주5일 실시한다. 시간은 10분 정도지만 방사선을 직접 쬐는 것은 2분 정도. 보통 2∼7주면 치료가 끝난다. 치료하는 순간과 조사 부위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에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머리가 아닌 곳을 치료받았는데 머리카락이 빠졌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부위와 치료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1회 5만∼10만원.

▼치료후 주의사항▼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는 물론 주위의 정상세포도 함께 죽일 수 있다. 각종 부작용이 많은 것도 이 때문. 따라서 환자가 조심해야 할 일이 많다.

방사선을 쏘이는 부위의 피부는 ‘과보호’해야 할 대상. 치료 뒤 피부가 약해져 햇빛에 탄 것처럼 검게 변하는 것이 가장 흔한 증상. 벗겨지거나 짓무르고 가려움이나 통증이 따르기도 한다.

피부는 치료중일 때는 물론이고 치료후 최소 1년까지 햇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3분 이상 햇빛에 노출될 우려가 있으면 차양이 넓은 모자를 쓰고 긴팔 소매와 목 칼라가 달린 옷을 입는다. 자외선 차단 로션이나 크림도 효과적이다. 찬바람 직사광선 뜨거운 찜질이나 얼음 찜질도 피한다. 면도할 때는 날면도기 대신 전기면도기를 쓴다.

방사선 치료 부위는 치료기간 동안에는 씻지 않는다. 치료 부위의 피부가 붉어지고 가려운 증세가 나타나면 곧바로 주치의를 찾는다. 의사가 처방해준 연고를 바르되 방사선 치료 30분전에는 바르지 않는다.

특히 가슴 치료를 받은 여성은 치료 부위에 비누 화장품 향수등을 쓰지 않는다. 대신 베이비파우더를 하루 3,4차례 가볍게 발라주는 게 좋다.상의는 부드러운 면으로 만든 것으로 느슨한 것이 좋다. 브래지어나 꼭 끼는 옷은 치료 부위에 자극을 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처음 치료받을 때 몸에 표시한 십자모양의 금은 절대 지우면 안된다. 쓸데없이 정상세포를 죽일 수 있기 때문. 방사선 치료중 최소 하루 1회 이상 식사후 치아와 잇몸을 부드러운 칫솔로 깨끗이 닦는다. 치과용 실로 치아 사이까지 청결하게 청소하는 것이 좋다. 마모제가 든 치약보다 불소가 함유된 치약을 쓴다.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선 술 담배를 끊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무기질 등 영양소 섭취를 골고루 하는 것이 필수. 또 저장음식을 피하고 신선한 재료로 조리한 음식을 여러번 나눠 먹는 것이 좋다.

(도움말〓연세대의대 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서창옥교수 02-361-7631,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최은경교수 2224-4401)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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