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바닥잃은 증시 금융株 '우수수'…올 50%이상 하락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29분


은행 증권 등 금융주가 향후 주식시장의 향방을 판가름할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주가 살아야 바닥을 확인하고 장세반전의 계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

거래소시장에서 은행 증권주의 시가총액합계 비중은 불과 9%. 하지만 은행 증권은 주식시장의 끊임없는 상승시도를 가로막는 금융구조조정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은행 증권주 폭락〓은행 증권주는 작년 내내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의 바람을 직접 받아 주가가 오를 여지가 없었다. 올해도 마찬가지.

올들어 종합주가지수가 32.7% 하락하는데 그쳤지만 은행업종 지수는 올 초 173.04에서 18일 81.19로 53% 떨어졌다. 그 결과 거래소 코스닥 통틀어 거래되고 있는 16개 은행주 중 주가가 5000원을 웃도는 종목은 주택 국민 신한 등 불과 4개.

증권업종 지수는 올해 67%나 떨어졌다. 새해 증권주를 산 투자자라면 평균 3분의 1토막이 난 셈.

비록 18일에는 은행주가 반등하긴 했지만 ‘일과성’에 그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 대우증권 조사부 김진상차장은 “전날 지나치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폭락원인〓최근 은행주 폭락은 은행권 부실이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는 인식에 우량은행과 비우량은행의 합병을 유도하는 정부정책이 가세,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막대한 부실을 안고 있는 비우량은행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합병할 경우 우량은행 역시 동반 부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선도은행 주가도 맥을 추지 못하는 상황.

저가(低價) 메리트에 끌려 우량은행을 사들인 외국인들도 정부의 합병 시나리오가 감지되자 은행주를 외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말했다.

증권주는 4월이후 장세악화에 수수료 인하경쟁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고액배당 약속을 어겨 투자자들의 신뢰까지 잃은 탓에 더욱 하락했다.

▽은행주가 살아나야 증시가 산다〓주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반도체 등 정보통신 관련주보다 지수하락의 근본원인을 제공한 금융주의 하락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SK증권에 따르면 97년이후 최근까지 종합주가지수와 은행지수의 상관관계는 0.86을 웃돈다. 상관관계는 1에 가까울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

이 증권사 투자정보팀 강현철조사역은 “증시침체의 주 요인이 기업실적이나 경제의 전반적 흐름에 있다기보다는 금융권에 대한 불신 등 심리적 측면이 컸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종합주가지수에 한 발 앞서 움직이는 은행 증권주 등 금융주의 주가추이를 살피는 것이 주식시장의 바닥을 확인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대우증권 김차장도 “외국인들이 은행 등 금융주를 다시 사들이고 상승추세 반전이 확인되면 주식시장이 상승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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