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동티모르 벨로주교 "인간존엄성 투쟁"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22분


“교회가 정치적인 입장을 살펴야 할 때가 있지만 결국에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옳지 않은 길을 걸을 때에는 교회가 침묵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티모르 독립 투쟁에 대한 공로로 199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카를로스 필리페 시메네스 벨로 로라 가톨릭 주교가 전남대 5·18연구소의 초청으로 16일 내한했다. 도착 직후 서울 명동성당으로 정진석(鄭鎭奭)대주교를 예방한 그는 면담 후 동티모르 현실과 인권 및 자유를 위한 교회의 역할 등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동티모르는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랫동안 서구의 식민지배를 받았고 다시 인도네시아의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투쟁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초부터였습니다.”

그는 주로 동티모르가 처한 상황을 통해 이 시대가 새롭게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역설했다.

“아무리 작은 나라도 생존할 권리가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소수민족의 입장과 권리를 가로막기보다는 그들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동티모르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체포 구금되었습니다. 제가 머물던 주교관도 습격을 당해 불에 타 없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철저히 비폭력 투쟁을 벌여왔습니다. 우리가 주장하는 인간의 존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행동이 정당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러한 사회참여가 하느님의 말씀에 기초하고 있으며 모두 복음에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밀레니엄에서의 인권운동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견해를 말하지는 않았으나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을 거듭했다.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해서는 “1991년 동티모르에서 벌어졌던 학살사건과 비교해 볼 수 있으며 민주화운동의 문을 연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티모르가 현재 유엔의 관할 아래 독립절차를 밟고 있지만 많은 것이 부족하다며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197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1980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귀국, 동티모르 독립운동에 나선 그는 17일 전남대에서 ‘제3의 천년의 인권운동 방향’을 주제로 연설한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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