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그루지야 두개골' 最古 인류화석

그루지야에서 화석 발굴작업을 하고 있던 과학자들이 지난해 여름에 발견한 170만년 전의 인간 두개골 화석 두 개가 아프리카에 존재했던 초기 인류의 흔적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밝혀져 아프리카에서 다른 대륙으로 처음 이동했던 인간들의 특징을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 두개골들에 대한 연구 보고서는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되었다. 인류는 맨 처음 아프리카에서 시작됐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대륙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70만년전 호모 에르가스터 추정▼

고(古)인류학자들은 이번 두개골 발굴이 고대 인류에 대한 연구를 크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환영하면서 이 두개골들이 아프리카가 아닌 곳에서 발견된 인간의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임이 거의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에 두개골을 발견한 그루지야 국립과학원의 레오 가부니아 박사는 이 두개골들의 연대와 특징을 살펴본 결과 이들이 190만∼140만년 전에 살았던 초기 인류인 호모 에르가스터(Homo Ergaster)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일부 학자들은 호모 에르가스터가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Erectus)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두개골과 아시아에서 발견되는 호모 에렉투스 사이의 유사점은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부니아 박사의 연구팀은 ‘사이언스’지에 실린 보고서에서 “이 원시 인간들이 맨 처음 아프리카에서 다른 대륙으로 퍼져나간 종족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들로부터 아시아 호모 에렉투스가 파생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기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류의 조상이 고고학적으로 아슐기(期)라고 불리는 시대에 과거보다 좀 더 나은 도구들을 발명한 뒤 곧 아프리카를 떠났다는 기존의 이론과 모순된다. 이번에 두개골들과 함께 발견된 1000점 이상의 석기들은 모두 아슐기 이전의 것들로서 조잡한 기술로 만들어져 있었다. 인류의 조상들이 돌을 깨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약 250만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160만년전 아슐期때 이주설 뒤집어▼

아슐기 스타일의 도구들이 아프리카에 나타난 것은 170만년 전이었고, 아프리카가 아닌 곳에서 처음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10만년 후였다. 그런데 가부니아 박사의 연구팀이 이번에 발견한 도구들은 180만 년 전의 것들로서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조지에서 발견되는 도구들과 흡사했다.

따라서 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를 떠나 이동을 하게 된 것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이유나 환경적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연구팀의 일원이며 플로리다 대학의 고인류학 교수인 수잔 앤튼 박사는 이 두개골의 주인들이 살던 시절에 인류의 조상들은 예전보다 훨씬 육식을 많이 하게 되어 사냥감이 되는 동물들의 넓은 이동반경을 따르기 위해 자신들의 활동범위도 넓히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육식 익숙해진후 사냥감 찾아 떠나▼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이안 태터샐 박사도 원시 인류의 뇌와 몸이 작았을 때에는 인간이 주로 식물을 먹으면서 숲 가장자리의 제한된 지역에서 살았지만 몸이 더 커지고 단백질이 많은 고기를 즐겨 먹게 된 다음에는 더욱 먼 지역까지 인류가 퍼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앨런 워커 박사도 이와 같은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그는 이미 1989년에 자신의 아내이자 인류학자인 팻 십먼 박사와 함께 인류가 육식을 하게 되면서 행동반경이 넓어졌다는 이론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초식동물들은 자신들의 먹이가 되는 식물이 있는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지만 육식동물들은 그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뉴욕주립대 빙햄튼 캠퍼스의 교수이며 호모 에렉투스 전문가인 필립 라이트마이어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이 초기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함께 상당히 빠른 속도로 대규모 이동을 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특히 인상깊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51200sci-ancient-skull.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