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師(사)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창힐이 한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전설일 뿐 사실은 ‘非一時一地一人之作’(오랜 기간 여러 지역에서 여러 사람에 의해 만들어짐)이다. 따라서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가 만들었던 간에 최초 부여했던 형태와 음, 그리고 뜻이 각각 하나씩 있었는데(本形, 本音, 本義) 그것을 漢字의 삼요소라고 한다. 하지만 후에 많이 변하고 불어나 지금의 漢字로 정착되었다.

‘師’는 지휘관의 깃발 아래 수많은 병사가 모여 있는 모습에서 나온 글자로 ‘軍士’를 뜻했다. 지금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師團(사단)이 그것이다. ‘스승의 단체’가 아니며 또 이미 설명한 ‘出師表’가 스승을 출동시킨 글이 아님은 누구나 안다.

스승으로서 師의 출현은 중국 周나라 초 귀족자제들의 군사교육을 담당했던 武士에서 유래한다. 개국 초창기 모든 귀족자제들은 먼저 훌륭한 戰士가 되어야 했다. 자연히 활쏘기나 말타기 등이 위주였고 문화소양은 附隨的(부수적)인 것이었다. 후에 문화소양과 함께 일반지식이 중시되면서 스승도 文官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 때 敎자를 합쳐 지금의 敎師라는 말이 등장했다.

교육을 무척이나 중시했던 옛날에는 ‘君師父一體’라고 하여 스승을 왕이나 부모처럼 존경하였다. 심지어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白沙 李恒福(이항복·1556∼1618)은 재상으로 있으면서 어떤 高官이 찾아와도 앉아서 맞았지만 오직 스승만은 맨발로 뛰어나가 맞이했다.

지금은 많이도 달라졌다. 敎權이 실추되어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스승의 날이다.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敎權도 생각해 본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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