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환율 안정찾나…변동폭-거래량 크게 줄어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지난달 중순 이후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규모가 줄고 원화가치 변동폭이 크게 축소되면서 외환위기 여파로 출렁거리는 게 당연시됐던 환율이 마침내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환율 변동폭을 최소화해 외환시장의 안정기조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해 외환보유고를 1000억달러 이상으로 넉넉히 쌓을 방침이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달 18일 1110.30원을 기록한 뒤 이달 10일(달러당 1109.10원)까지 20여일간의 변동폭이 1원을 채 넘지 않다가 12일에야 달러당 5.40원 올랐다. 4월초 30억달러에 육박하던 하루평균 거래규모(현물환 기준)도 하순에 20억달러로 준데 이어 이달엔 17억∼18억달러선으로 급감했다.

한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는 “외환당국의 과도한 개입이 되풀이되면서 시장의 가격형성 기능이 위축됐기 때문”이라며 “환율이 제자리에 머무르면 당장은 편하겠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외국 환투기세력의 공세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국가의 통화가치가 급격히 움직이는 현상만이 시장의 활성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거래금액은 줄었지만 실수요자들의 달러매매는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으며 무역업체 입장에서는 환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씨티은행 문성진지배인은 “최근 외환시장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이 둔화되고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어들면서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 압력이 감소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환율수준은 수급여건에 따라 정상적으로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환율 변동폭이 축소된 것은 통화가치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면서 “무역수지 물가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지만 외환정책 기조의 최우선 순위를 환율의 안정적 운용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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