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최우석/'새 먼나라 이웃나라-일본'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14분


□새 먼나라 이웃나라-일본

가까운 이웃이고 또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지만 가장 오해가 많은 나라가 일본일 것이다. 일본에 대한 오해는 사실 잘 모르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다.

생김새도 비슷하고 같은 한문을 쓰고, 또 유교 문화의 영향 아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할지 모르지만 직접 가서 살아보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일본은 없다’ ‘일본은 있다’ 하고 일본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왔지만 장님 코끼리 더듬는 식이 많다. 오랜 역사에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고 드러난 부문보다 감춰진 것이 더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무척 힘들다. 또 사람들도 좀체로 속을 드러내지 않고 말을 우회적으로 한다. 기질적으로 한국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

이원복 교수(덕성여대 산업미술과)가 펴낸 ‘먼나라 이웃나라 - 일본’ 편은 일본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만화로 되어 있지만 이만큼 일본을 정확히, 또 일목요연하게 해설한 책도 드물다. 이원복 교수의 만화책이 다 그렇듯이 이 책도 문명사적으로 접근한 수준높은 일본 해설서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이 교수는 12년간 준비작업을 했고 40여번 일본여행을 했다 한다. 또 일본 관계 책도 많이 읽고 일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난 흔적이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책은 2권으로 되어 있는데 첫권이 ‘일본, 일본인’ 편이고 둘째권이 ‘일본역사’ 편이다. 감정을 섞지 않고 일본을 있는 그대로 냉정히 그리고 있다. 일본의 풍습이나 습관, 제도, 사회상은 물론 일본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된 이유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천황이 어떤 존재인지, 왜 저축을 많이 하고 근면한지, 세계 최고의 품질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기업은 어떻게 컸으며 관료들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일본 사회 전체가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물려 돌아가는 불가해한 면이 많기 때문에 서양 사람은 물론, 이웃 한국 사람도 잘못 알기 쉽다.

특히 일본 역사를 모르면 일본의 여러 제도나 풍습, 국민성 등을 이해할 수가 없다. 같은 봉건제를 거쳤지만 서양과는 다르고 미쓰이, 미쓰비시 등이 재벌의 원조격이지만 한국 재벌과는 다르다. 천황이 국가원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원수와는 성격이 다르다. 의사결정 과정도 판이하여 일본인과 같이 일을 해보면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이 책 2권을 쉬엄쉬엄 보고 나면 일본이 어떤 나라라는 것이 손에 잡힌다. 어느 책보다도 일본경제의 어제와 오늘, 또 고민과 지향점을 잘 알게 해준다.

저자 이원복 교수는 서울대 공대 건축과를 졸업, 10여년의 유럽유학을 거쳐 만화가, 디자이너로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사’, ‘세계사’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공산주의’ 등 경제를 재미있는 만화로 소개하는 독보적 영역을 개척했다.

최우석(삼성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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