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韓投-大投 공적자금 투입 부실경영에 '불확실처방'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4분


‘5조원으로 부실덩어리가 되살아날까.’

‘국민세금을 또다시 퍼붓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나.’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대한 공적자금 규모가 9일 확정되면서 양대 투신의 정상화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날 대투의 김종환사장이 부실경영 책임을 지고 퇴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책 부실’에 대한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복안〓정부의 정상화 방안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가용 재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재원확보 상황에 맞춰 투입한다는 것. 이같은 단계적 정상화는 지난달 말 금융감독위원회가 밝힌 ‘과감하고도 신속한’ 공적자금 투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부실규모는 아직도 논란거리. 양 투신이 정상채권으로 분류한 비대우 부실채권(워크아웃 법정관리 화의채권)이 적지 않은데다 대투가 나라종금 등을 통해 대우에 우회지원한 1조3000억원 등의 책임분담도 관건이다. 투신업계는 한투 3조7000억원, 대투 2조7000억원 정도의 부실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각각 3조원과 2조원 정도의 추가 공적자금을 받더라도 자기자본 잠식을 완전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의 편법과 모럴 해저드〓금감위는 지난해말 투입한 3조원의 자금을 ‘공공자금’으로 규정하고 공적자금 규모에서 제외하고 있다. 투신사가 예금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세금이 아닌 산업은행 등의 지분을 현물로 동원했다는 것.

양대 투신을 운용사와 판매사(증권사)로 분리키로 한 것은 현행 법규상 고객예탁금 보호차원에서 증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기 때문. 그렇지만 신탁자산의 부실을 회사자산으로 떠넘기는 과정에서 ‘투자자 손실분담 원칙’이 훼손되고 대마불사의 신화가 투신업계에도 적용됐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양대투신 부실은 투신권 상품을 ‘확정금리 상품’인 것처럼 팔아온 업계의 모럴 해저드와 주가부양 및 저축 증대를 위해 이를 방치한 정부 정책 실패의 합작품. 공적자금 투입에 앞서 정부는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최근엔 ‘투자실패에 책임을 묻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쪽으로 물러섰다.

▽정상화 가능한가〓공적자금이 단계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신뢰도 회복이 당초 기대보다 힘들어질 수 있다. 향후 공적자금 확보가 만만치 않아 부실 해소가 발표대로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투자자들의 불신이 확산된다면 공적자금 투입을 더욱 늘려야 하며 ‘밑 빠진 독’이 될 수도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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