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치株 펀드매니저 "물러납니다"…단기수익 기대밖

  • 입력 2000년 4월 20일 21시 20분


‘가치론자 물러납니다’

지난해말부터 불어닥친 정보통신주 상승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대부분의 가치투자 펀드매니저 상당수가 운용일선에서 떠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박경민(朴耕民) SEI에셋코리아 상무는 최근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독립을 선언했다.

대표적인 가치투자론자로 10년이상 에셋코리아에서 근무했던 박상무는 시종일관 주식의 내재가치를 분석하고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한 인물. 이익을 내지 못하는 종목들은 편입을 꺼리는 정석투자 원칙에 충실한 것으로 정평나있다.

그러나 그는 작년말이후 이익과 내재가치와는 상관없이 부풀어 오른 정보통신주 흐름이 대세가 아니라고 판단, 이를 좇아가지 않은 탓에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회사의 투자철학과 나 자신의 운용방침이 차이가 너무 컸다”며 벤처회사들이 참여하는 자본금 100억원짜리 대형 투자자문사를 세워 운용을 총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치투자(value investment)로 선전해오던 동원증권은 최근 비젼투자(vision investment)로 투자철학을 바꾸고 홍보전략도 새롭게 짰다.

시류에 맞지 않는데도 지나치게 가치투자를 고집하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위해서이다.

동원BNP투신에서 가치투자 원칙을 고수하던 이채원(李採源) 운용팀장은 최근 동원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앞서 한국투신 출신 펀드매니저인 박종규(朴鍾奎) 전LG투신운용 운용팀장이 자문사 설립을 위해 회사를 떠났고 동양오리온투신에서 운용팀장을 맡은 김영수(金榮洙) 운용팀장도 튜브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이들 펀드매니저들은 대부분 지난해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정보통신주 장세흐름을 좇아가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한국통신 LG전자 데이콤 등 정보통신주를 얼마나 많이 편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가치론자와 성장론자로 구분되고 운용성적표도 희비가 교차됐다는 것이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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