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반토막' 현대株 기사회생할까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반토막 주가’가 남북경협을 재료로 반등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까. 삼성그룹과 재계 1,2위를 다투면서도 주가측면에선 비교할 수없을 정도로 뒤처진 현대그룹. 올들어 주요 계열사들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가관리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겐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일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되면서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은 남북경협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대부분 상승세를 탔다. 11일엔 약세장이 펼쳐지면서 현대건설과 현대종합상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대그룹 주가〓현대그룹 전체 계열사의 주식값(우선주 제외)은 10일 종가기준으로 평균 9472원. 액면가 5000원을 밑도는 계열사가 고려산업개발 등 9개사에 달한다. 최고가 주식이래봤자 현대중공업이 3만5000원 안팎에 그칠 정도. 이에 비해 삼성그룹의 평균주가는 5만4209원. 도무지 비교가 안된다.

현대그룹 주가가 이처럼 증시에서 냉대를 받고 있는 주요 원인은 작년 한해동안 무려 1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기 때문. 전체 상장사 유상증자 규모(47조1100억원)의 25.6%에 이르는 엄청난 주식물량이 공급되면서 주가폭락을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또 주주를 중시하지 않는 이미지와 디지털변신이 느린 ‘굴뚝기업’이라는 인상,최근엔 형제간 경영권 다툼 등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남북경협 재료는 현대그룹이 현재의 침체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말한다. 그는 “전체 계열사가 수혜를 받기는 힘들겠지만 현대그룹이 남북경협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열사간 시너지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6월중 남북간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남북경협 관련 재료가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 관심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마이에셋 최남철상무도 “남북경협의 물꼬가 트이면 현대그룹은 중동특수에 버금가는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주가하락폭이 컸다는 점에서 저점매수의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아직은 글쎄요?〓장인환 KTB자산운용사장은 “대북경협이 성사되더라도 실질적인 기업수익으로 연결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전날 현대그룹 주가가 상승한 것도 하락폭이 컸던데 따른 자율적인 반등의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기업분석실장도 “그룹 이미지 개선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며 엄청난 증자물량 부담이 앞으로도 주가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다소 냉소적인 반응. 아무튼 현대계열사중엔 현대전자를 제외하고는 내놓고 추천할만한 종목이 별로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