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섹스 대리만족 찾는 '섹티즌'도 늘어

  • 입력 2000년 4월 1일 23시 06분


“사실 직장 일에 시달리고 보면 밤에 아내와 섹스할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아요. 파김치 상태에서 마지못해 의무방어전을 치르는 것보 다는 솔직히 어떤 때는 익명의 여자와 대화방을 통해 성적인 환상을 공유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어요.” K모씨(39)는 일에 시달리는 남자들에게 섹스가 육체적인 피로와 중 압감을 주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근 PC통신이나 인터넷 음란 사이트에는 몸과 몸이 부딪치는 전통적인 섹스방식이 아닌 페티시즘 (팬티나 스타킹 등 특정 물건을 수집하며 집착하는 것)이나 관음증 (다른 사람의 몸이나 섹스 행위를 보며 성적인 만족을 얻는 것) 같 은 방식에 집착하는 이른바 섹티즌들이 늘고 있다. 지난 1월25일 강남경찰서에 성 연구가를 자처하는 M모씨가 전기통신 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M씨는 1998년 11월, 성 상담 등과 관련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그 홈페이지에는 24만건에 달하는 음 란 문건이 올라가 있었고, 약 5백만명이 그 사이트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M씨의 홈페이지를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접속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을 우려하여 서둘러 그를 구속한 것이었 다. M씨의 홈페이지에는 ‘존재의 자유’ ‘섹스의 바다’ ‘영원한 제 국’ ‘우리들의 마당’ ‘부부들이랑 함께’ ‘둘이랑 또 하나’ 등 수십 개의 방이 운영되었는데, 그중에는 페티시즘, 노출증, 관음 증 등 이상 성체험을 적나라하게 올리는 방이 있고, (물건) 구함/ 찾음/ 드림/ 바꿈 코너를 통해 여고생들의 속옷, 브래지어, 팬티 스 타킹 등을 구하기도 하고 반대로 여고생들이 자신이 입던 속옷을 내 놓는 경우도 있었다. -신던 스타킹 구해주세요 / 입던 팬티 4만원에 사가세요 / 신다가 남은 스타킹 세트로 있습니다. 갖고 싶은 분 멜(메일) 주세요 / 사 용한 생리대 주실 여고생…. 여기에 자신의 속옷을 구입하면 나체사 진을 덤으로 보내준다거나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옵션 을 붙인 여학생도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M씨의 사이트에는 스와핑(부부교환)이나 3S(3인이 하 는 트리플 섹스)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연락처와 사연도 게시되어 있 었다. -제 아내를 스릴 있게 해줄 20대 초반의 커플 초대 / 3S파트너가 되 어 드립니다 / 오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커플 / 센세이션한 경험을 … / 누드 모임에 참여하실 분 / 좀더 색다른 부부관계를 해 보고 싶은 초보 분들만… 이런 글들은 수백에서 수만 건이 넘을 만큼 폭발적인 조회기록을 세 우고 있는데 이런 제안에 응답한 답장들 중에는 -스와핑을 할 때 와 이프를 아주 짧은 미니스커트에 노 팬티로 하면 어떨까요? / 스와핑 할 때 서로 기구를 사용하거나 비디오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하자 / 부부관계를 찍은 비디오를 서로 교환해서 본 후 만남을 갖자… 등의 내용도 있었다. 여성동아 1999년 2, 3월호에 ‘솔직하게 털어놓은 우리 부부의 진짜 야한 섹스’를 게재했던 아이담(쾌감을 통한 건강증진수련법인 ‘감 각명상’ 연구가)은 여성동아 기사 게재 후 네티즌들로부터 부부의 성 문제에 대한 상담을 무수하게 받았다고 한다. “부부의 성 트러블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어요. 권태감의 탈피를 위해 스와핑이나 트리플 같은 방법을 주선해달라고 하는 사 람들도 있었구요. 그런데 그들의 고민을 듣고 놀란 것은 단순히 재 미나 쾌락의 차원이 아닌 정말 진지하고 심각하게 그런 방법들을 고 려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 개인의 성적 욕망 드러내기,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 중의 하나? 아이담은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사생활 영역으로만 치부되었던 것의 금기를 깬 자신의 성 체험 공개나 서갑숙씨의 <나도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와 같은 성 고백서가 나온 것을 가지고 깜짝 놀라지만, 이런 일들은 이미 PC통신이나 인터넷상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또 통신이나 인터넷에서 는 익명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앞으로 더 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중년의 남자와 여고생이 사귀는 원조교 제나 여고생들의 체액이 묻은 팬티 따위의 속옷을 사거나 파는 일은 일본의 성문화가 1~2년의 시차를 두고 국내로 유입된 것이라고 말한 다. 현재 일본에서는 여고생 교복, 체육복, 브래지어나 팬티, 스타킹 등 을 파는 ‘부루세라 숍’이 성업기를 지나고 있다. 여고생들의 체취 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투명 비닐 봉지로 밀봉해서 팔기도 한다. 또 누가 입던 물건인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팬티나 브래지어를 걸친 상태로 치마나 속옷을 벗어 올리는 사진을 찍어 동봉하기도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회원제로 운영되는 성 사이트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지룡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일부 엄숙주의 자들은 우리의 성 의식이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하지만 그렇게 탄식 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성 풍속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경제성장을 끝내고 후진국 에서 벗어났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후진국은 먹고 사는 문제, 생 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기 도 쉬웠어요. 그러나 후진국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의 속도가 무뎌지 면 공동운명체는 해체되게 마련이지요. 사회가 다양화, 다원화되면 서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관을 찾기 힘들어요. 우리를 떠 난 ‘나’로서의 행복을 찾는 일이 필요한데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일도 그러한 작업의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사회나 비슷한 만큼의 타락은 있게 마련이다. 또 폰팅이나 채 팅을 하고 인터넷의 성 사이트를 찾아다니는 사람을 모두 타락했다 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런 현상이 널리 퍼져 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더구나 미성년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면 정신의학자들 의 심리 분석을 듣지 않아도 드러날 결론은 뻔하다. 성적 쾌락을 추 구하는 형태가 고전적인 유흥업소를 벗어나 달라지고 있는 요즘 이 런 문제들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전문가 인터뷰/"합리적 질서 구축하는 문화혁명이 일어나야 한 다" 김정일<김정일 신경정신과 원장 02-539-3195> 나를 찾아온 환자 중에 사이버 공간에서 파트너를 만나 섹스를 나눈 다는 사람이 있었다. 매번 다른 상대를 찾는데 그 환자는 아이러니 컬하게도 섹스가 없어도 가능한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싶다,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 나이에는 좋은 이성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만남을 가질 필요가 있고 채팅도 그 한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새로운 상대를 찾 아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한 곳에 머무르기가 힘들어진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머물러 있는 삶은 정체되었고 발전 없는 삶이라 고 잘못 생각한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무척 외로워한다. 많은 이성을 만났고 본능에 충실해 여러 가지 다양한 기교를 동원하며 섹스도 수없이 나누었지 만, 제대로 된 만남을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표피적으로만 만 나기에 사랑을 키울 토양도 갖추지 못한다. 뒤늦게 사랑을 갈구하지 만 진정으로 믿고 기댈 사람은 어느 곳에도 없다. 항상 충동적으로, 찰라적으로 잔머리를 굴리며 상대방을 만나왔기에 진정한 사람을 만 나고 싶은 염원만 있을 뿐이다. 이미 인생을 보는 자세도 굳어져 진 실이 바탕이 된 만남을 가질 수가 없다.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들이 늘어가고 외로움의 병이 깊어지면 가뜩 이나 혼탁한 사회는 더욱더 혼탁해질 뿐이다. 사회나 개인이나 합리 적인 질서를 구축하는 문화혁명이 일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200004010053 [성] 달라지는 우리 사회의 성 풍속도 유흥업소 출입은 고전적 방식 폰팅, 인터넷 매매춘, 관음증, 부부 스와핑이 늘고 있다 한 여성 경찰서장이 시작한 미성년자 매매춘과의 전쟁으로 윤락가에 는 찬바람이 일고 있다. 그러나 단속의 실효를 기뻐하기엔 입맛이 개운치 않다. 이젠 굳이 윤락가를 찾지 않아도 전화나 컴퓨터를 이 용해 얼마든지 1:1이나 한 사람이 다중을 상대로 쾌락을 사고 파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글·장옥경<자유기고가> 지난3월10일 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모 PC방.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벗은 여자 사진을 계속 클릭 하고 있다. 그 주위를 고교생으로 보이는 남녀 학생들이 오가며 곁 눈질로 훔쳐본다. 얼마 후 넥타이 남자는 대화방으로 들어가 있었 다. 온라인 메모를 띄우느라 정신없는 남자의 어깨너머로 살짝 들여 다보았다. -아직 결혼 안 했어요? 그럼 나이, 신체 사이즈는? -26. 165. 34-24-34 -호! 경험 많아요? -댁은? -웬만큼. -나도 그만큼. 어떤 여자 좋아해요? -화끈한 여자, 뜨거운 여자, 섹시한 여자… 대충 신상파악을 한 후 오가는 대화는 ‘좋아하는 체위’ ‘애무 방 법’ 등. 그러고 나서 ‘통하는데 만나자’로 이어졌다. 근처의 또 다른 PC방. 사람만 다를 뿐, 매캐하고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넥타이 남자와 비슷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목동에 사는 주부 L모씨(37)는 작년 겨울 벼르고 별러 컴맹탈 출을 위해 컴퓨터 교육을 받았다. PC활용 능력과 인터넷 사용에 대 한 기본교육을 익힌 이씨는 남편이 출근하고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이 학교를 가고 난 오전시간이면, 컴퓨터 앞에 앉아 정보의 바다를 탐색하는 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지난 2월 초, 영화 <접 속>에서처럼 채팅을 해보고 싶은 호기심에 일대일 대화방에 들어갔 다가 큰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기혼녀라는 것을 밝혔더니, 대뜸 ‘진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 ‘당신의 아래 ××를 핥고 싶다’는 글이 떠올라 너무 깜짝 놀랐어 요.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더니 통신의 온라인 대화방이 이런 식으로 운영된 게 언제 일인데 이제서야 알았느냐고 하더군요.” ◆ 전화나 통신, 인터넷 이용한 매매춘 급증 추세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속칭 ‘미아리 텍사스’라고 불리는 윤락가는 요즘 찬바람이 불고 있다. 새천년 들어 김강자 신임 종암 경찰서장이 미아리 텍사스의 미성년자 윤락행위 단속에 발벗고 나서 면서 10대 윤락녀들이 그곳을 떠나, 10개 업소 가운데 4개꼴로 휴업 을 하고 있기 때문. 휘청대는 취객과 윤락녀들이 한데 모여 향락의 파티를 벌였던 곳이라고 말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거리는 어둡다. 미아리 텍사스촌 특별단속반은 지난 1월10일부터 2월28일까지 50일 사이에 전국 38개 윤락업소 밀집지역 내 업소가 2천2백여 곳에서 1 천8백여 곳으로 감소했고, 종사하던 윤락여성도 6천1백여명에서 5천 1백여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통계상으로 보면 경찰의 대대적인 단 속으로 큰 실효를 거두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단속의 실효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의 성 풍속도가 유흥 업소 출입 같은 고전적인 매매춘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 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윤락행위가 주택가, 단란주 점, 티켓다방 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지 오래. 미성년자들의 경우 에는 전화방이나 PC방을 통한 원조교제가 늘고 있고 유부남, 유부녀 들도 이들을 매개로 쾌락을 구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검찰청의 발표는 이를 입증해준다. 지난 98년 한해 동안 유 흥업소 주변에서 몸을 팔다 적발된 미성년자 5천 여명 중 20%가 정 상적으로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인신매매와 같이 강제적으 로 윤락을 한 경우는 소수였다. 대개 생활 정보지나 잡지 등에 실린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가거나 친구의 소개로 윤락을 하는 경우가 많 았다. 몸을 파는 장소도 고전적인 매매춘 시장이 아니라 단란주점이 나 전화방, 이벤트 회사, PC통신을 매개로 해서 이루어진 사례가 급 증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전업매춘의 숫자를 가지고 희비를 논하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실정에서 볼 때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쾌락을 위해 여자가 필요한 남자들 입장에서도 그래요. 간단하게 프라이버시도 보장받으며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뭐하러 시간 을 들이고 ‘쪽팔림’을 감수하면서 미아리나 588 같은 곳을 찾아가 요?” 하루라도 채팅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에 가시가 돋는다는 K모씨(39) 의 말이다. 그는 대화방을 통해 섹스 파트너를 구하고 번개(PC 통신 자들이 만나는 것)후 번섹(번개처럼 만나 섹스를 갖는다는 의미에서 붙여짐)에 들어가는 것이 윤락가를 찾는 것보다 더욱 자연스럽고 스 릴 있게 쾌락을 즐기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잡지사 기자였던 J모씨(44)는 “고전적인 윤락업소는 가방 끈이 짧 은 자영업자나 저소득층, 혹은 통신기기를 사용하는데 거부감을 가 진 중노년층 사람들이 주로 찾는 장소”라며 “돈은 많은데, 시간은 없는 전문직 종사자나 샐러리맨, 컴퓨터를 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학생층은 제2, 제3의 방법으로 쾌락을 추구한다”고 한다. “이름, 연락처를 알려주고 원하는 여자의 나이와 조건, 만나고 싶 은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면 바로 연결을 시켜줘요.” 벤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H모씨(38)는 가입비 10만원 정도만 온라 인 입금시키면 마음에 맞는 여자를 소개받기가 어렵지 않다고 말한 다. 성을 사려는 수요자와 성을 팔려는 공급자간에 다리를 놓아주는 이벤트사가 널려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섹스가 가능하다는 것. 대학원생인 K모씨(29)는 자신을 소개하고 원하는 여자의 조건을 주 문하는 알선업체를 통한 중개 방식이 번거로워 폰팅을 즐긴다고 말 한다. “3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면 1백50분 정도 통화할 수 있는데 중개인 없이 1:1로 연결되어 쑥스러움을 덜 수 있죠. 결혼한 지 1년 정도밖 에 안 됐지만 아내와는 6년이나 연애기간을 거쳐 흥분감이 덜해요. 그런데 폰팅을 통해 모르는 여자와 전화를 나누면 쉽게 흥분이 되거 든요. 물론 폰팅으로 1백% 섹스가 성사되지는 않아요. 이야기를 나 누다 마음이 맞으면 후일을 약속하고 모텔에서 만남을 가질 수 있으 면 더 좋고…” 이벤트사처럼 직접적이진 않지만 폰팅도 ‘알선’이라는 매개체가 존재한다. 폰팅을 희망하는 사람이 전화 다이얼을 돌리면 폰팅 업체 에서 개설한 유선망을 타고 불특정 다수의 상대가 컴퓨터전화 매개 장치를 통해 연결되도록 시스템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모 든 중개절차가 싫고(도청의 염려도 있다), 회비 내기가 아깝다고 생 각하는 사람들은 직접 PC통신 대화방을 통해 헌팅을 시도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대화방에 들어가요.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다 가 필이 오고 여러 가지가 부합된다 싶으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지 요. 연락이 오면 좋고 안 와도 내일 또 다른 상대방과 대화를 즐길 수 있으니까 전혀 부담이 없어요.” 대기업에 다니는 K모씨(29)는 상사나 동료들의 눈을 피해 점심시간 에 슬쩍슬쩍 대화방을 클릭한다고 한다. 자신이 밝히지 않으면 직 업, 나이, 신원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과감한 음담패설도 올리는데 상대방이 걸맞는 응수해주면 글자를 통한 상상만으로도 섹 스에 버금가는 희열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나 오늘 한가해요’ ‘고독한 늑대와 춤을’ ‘외로운 여자와 함 께 할 분’ 등의 문구가 올라와 있으면 거의 번섹을 암시하는 경우 가 많다.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에 여성이 채팅 전문 사이트에 접 속을 하면 즉시 수많은 남자들이 줄을 서며 당장 번섹을 하자며 콜 을 한다. 심지어는 아예 ‘강남지역 거주 번개할 색녀’라는 노골적 인 문구가 뜨기도 한다. 네티즌들이 대화를 나눈 후에 공통점을 발견하고 만남을 갖는 일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 사이 취지가 변질되어 기혼남녀나 직장인들의 탈선의 온상이 되고 10대에게는 원조교제로 이어져 매매 춘을 음성화시킨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직장인도 있지만, PC방 손님의 대부분은 중·고생들이에요. 그런 데 여학생들 중에는 아예 번팅을 작정하고 PC방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어요. 옷차림새나 화장한 모습을 보면 짐작할 수 있는데 이삼십분 정도면 약속을 하고 나가요” 서울 길동의 한 PC방 업주의 말이다. 서울대 언론학과 강명구 교수 는 “채팅을 통한 즉석 만남은 상대방을 인격적인 동반자이기보다는 한번의 여흥을 위한 도구로 여겨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방해하는 부 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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