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올1월 지하철공사장 붕괴사고 원인 논란

  • 입력 2000년 3월 28일 10시 55분


올 1월 발생한 대구 신남사거리 지하철 2호선 공사장 붕괴사고 원인에 대해 ‘예측할 수 없고 불가항력적’이라는 진단결과가 나오자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납득할 수 없다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의 의뢰를 받아 2개월간 안전진단을 실시했던 한국건설안전기술협회(협회장 홍종민)는 24일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갖고 “이번 사고는 현재 우리나라 여건상 기술적 관점에서 불가항력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사고지역은 지층의 변화가 심하고 지질이 구조적으로 취약한 단층파쇄대(결이 서로 다른 암반이 잘게 쪼개진 상태에서 층을 이룬 것)가 발달돼 급격한 미끄러짐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며 “진단결과 설계 등의 구조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건설안전기술협회측의 이같은 사고원인 발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 등 1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지하철 붕괴사고 시민대책위원회는 25일과 27일 두차례 발표한 논평을 통해 “사고가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었다는 분석은 결국 사고가 책임 소재가 없는 자연재해임을 강변하는 것”이라며 “이는 삼척동자라도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협회측이 사고원인을 자연재해로 규정, 발주처인 대구지하철건설본부와 시공사인 삼성물산 등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870억원대의 대구시상수도시설 공사 입찰에서 1순위로 낙찰됐다가 지하철 붕괴사고로 인해 시공업체로서의 적격성 여부에 논란이 제기됐던 삼성물산측은 이번 발표로 사실상 상수도시설 시공업체로 낙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월 22일 대구 중구 남산동 신남사거리 대구지하철 2호선 8공구에서 공사장이 무너져 내려 사고 지점에 정차중이던 좌석버스가 20m 아래로 추락해 승객 3명이 숨졌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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