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정부 물관리 실태/댐건설등 부처마다 제각각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정부가 동강댐 건설의 대안으로 내놓은 방침들을 보면 그동안 정부의 물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국 20여개의 수력발전댐과 다목적댐들을 통합 관리하면 엄청난 양의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이 가능한데도 정부는 그동안 수조원의 국민 세금을 쓰고 환경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댐 건설만 추진해왔다. 광역상수도의 수력댐은 한국전력, 다목적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방상수도(하천에서 취수하는 물)는 환경부가 각각 관할하는 등 물 공급 관리가 다원화돼 서로 협조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 댐담당 부처인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도 수수방관했으며 경제장관회의나 국무회의 등 부처간 협조를 할 수 있는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방치해왔던 것.

최근 한국수자원공사의 연구에 따르면 전국의 댐들을 연계해서 관리할 경우 연간 5억t의 용수공급과 2억6000만t의 홍수조절(홍수때 댐이 가둘 수 있는 물의 양) 기능이 추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세금 펑펑쓰며 환경뒷전 ▼

이는 건설하려던 동강댐(용수공급 3억6700만t, 홍수조절용량 2억t)의 용량보다 많은 양이다. 또한 정부가 동강댐 건설의 논리로 내세웠던 2006년경 물 부족 추산량 4억t보다도 많다. 부처간 협조만 하면 예산 한푼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5조원의 혈세를 들이고 국론을 분열시켜 가며 동강댐을 건설하려 한 것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22일 “그동안 댐 관리가 이원화되어 홍수나 가뭄 때 협조가 잘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다목적댐은 홍수에 대비해 미리 댐을 비워 놓았다가 비가 오면 물을 가뒀지만 옆에 있는 수력댐은 비만 오면 오히려 발전(發電)에 적기(適期)라며 물을 마구 방출하는 상반된 모습을 연출했다. 홍수 때 물을 ‘아낌없이’ 방출한 수력댐은 정작 가뭄 때가 되면 물이 없어 용수공급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해마다 한강 유역이 수해로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본 것도 하천정비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한강 수계에 10개나 몰려 있는 댐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홍수에 대비해 저수량을 줄여도 발전 용량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며 “수력댐이 그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은 단지 댐의 운영주체와 운영규정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댐관리 이원화 효율 떨어져 ▼

정부는 댐 건설이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닥치자 뒤늦게 지난해 ‘통합 댐관리 규정’을 만들고 총리실 산하에 수질개선기획단을 만들어 홍수 때 ‘이해당사자(정부 관계자의 말)’간 조정과 물관리 일원화 대책을 마련 중이다.

▼ 종합적 물수요정책 부재 ▼

물공급정책뿐만 아니라 물에 대한 종합적인 수요관리정책 부재도 문제다.

정부는 해마다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이라 하여 기념식과 함께 대대적인 물절약 캠페인을 벌여 왔지만 정작 물 절약을 위한 제도 및 기반시설 정비에는 눈감아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미 사용한 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중수도의 경우 수도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여러 법에서 세금 및 수도요금 감면 등으로 설치를 권장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68개 업체만이 중수도를 설치했다. 시설비에 비해 세금감면 혜택이 적고 그나마 수요가 많은 대도시 광역시에는 세금감면 조례마저 없기 때문.

또 노후관 등으로 인한 상수도의 누수율도 14.8%에 달해 해마다 8억9000만t이 새어 나가 는데도 대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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