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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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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는 이번 공연기간 내내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고, 제작사인 에이콤측은 고위공직자 등 지도층 인사들의 쇄도하는 초대권 요청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주말 공연에는 공연장(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 비치된 보조의자마저 모자라 발걸음을 돌린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번 공연이 역대 공연 중에서 가장 높은 객석점유율(81%·유료 73%, 초대 8%)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해가 갈수록 관객이 늘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브로드웨이식의 빠른 템포와 웅장한 회전 무대장치, 한말의 숨가빴던 역사를 담아내 우리 현실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줄거리, 쉽게 가슴에 와 닿는 노래들은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같은 빅히트에도 불구하고 4∼6월 중으로 예정된 ‘명성황후’의 중국 내 6개 도시 순회공연이 재정 문제로 난관에 봉착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전체 공연 비용 200만달러(약 24억원) 중 100만달러는 초청자인 중국 정부가 부담키로 했으나 나머지 100만달러를 에이콤측이 확보하지 못해 공연 자체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중국은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곳이지만 정작 우리 문화와 역사를 아는 중국인은 많지 않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갖고 있는 중국인들이 ‘명성황후’를 보고 유대감을 느낀다면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서 더 확고한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명성황후’의 중국 공연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깊은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차제에 우리 국민의 뮤지컬 열기가 높아지고 문화 수준이 높아진 만큼 ‘명성황후’를 언제든 볼 수 있는 전용 극장을 건립하는 것은 어떨까.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면 ‘오페라의 유령’ ‘캐츠’ ‘라이언 킹’ 등 유명 뮤지컬들을 항상 볼 수 있는 전용극장이 즐비하다. 우리도 지혜를 짜낸다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민간단체나 기업의 힘만으로 어렵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땅을 대여해 건립을 도와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서울 여의도공원 용산가족공원 한강중지도 등에 뮤지컬 전용극장이 들어선다면 밤 시간대의 공원은 훌륭한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캐츠’는 1982년 초연 이래 올 6월 막을 내리기까지 윈터가든 극장에서 공연 사상 최장기록인 18년 동안 무대에 오르고 있다. 또 전 세계 30개국에서도 공연돼 연인원 5000만명이 관람했다. 우리의 ‘명성황후’는 이제 겨우 6년 동안 38만여명이 보았을 뿐이다. ‘명성황후’는 이제부터 우리가 가꿔야 할 ‘국민적 벤처기업’이다.
<윤정국기자>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