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속 의학]SF영화 '가타카'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가타카’는 인간의 유전정보가 모두 밝혀지고 유전자의 우열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미래세계를 그린 영화다. ‘가타카(GATTACA)’라는 낯선 말은 DNA 염기의 구아닌 아데닌 티민 시토신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

이 영화에서 미래인간은 유전자조작에 의해 결함이 없는 완전한 유전자를 갖춘 정자와 난자만를 수정시킨 뒤 어머니의 몸이 아닌 인큐베이터에서 배양돼 태어난다. 미래인류의 발전을 위해 불확실한 유전자에 의한 수정, 즉 현재와 같은 방법의 임신은 허용되지 않는다. 인간은 사이버 섹스를 할뿐 임신과 출산에서 해방된다.

주인공(에단 호크 분)은 남녀간의 사랑과 모태에서의 임신으로 태어났다.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등 불완전한 유전자를 지닌 그는 유전자 판독에 의해 날 때부터 하층계급으로 분류된다. 우주조종사가 그의 꿈이지만 이는 유전적으로 완전한 상층 계급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하여 결국 살인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설은 다행히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수정란이 태아가 되기 위해서는 수없는 세포분열을 해야하는데 세포분열은 유전자의 복사를 전제로 한다. 최초 수정란의 유전자가 완벽하였다해도 워낙 많은 세포분열 과정에서 유전자 복사의 오류는 피할 수가 없다. 일란성 쌍둥이가 같은 수정란에서 시작하였음에도 전혀 다른 개체로 태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간의 자궁은 생각보다 냉혹한 곳이다. 세포분열과정에서 생긴 오류로 태아에게 심한 기형이 발생하거나 질병이 생기면 태아는 자궁내에서 사망하고 산모는 유산이나 사산을 하게된다. 그런데 인큐베이터는 태아의 이상을 구별할 능력이 없으므로 불완전할 인간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이보다 훨씬 높다.

현재의 우리는 수 억년 부터 시작한 인류조상의 유전자와 현대인류의 유전자를 다 갖고 있다. 이 유전자들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을 거쳐 우리 몸에 남겨진 우수한 유전자들인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산물로서, 자연만큼 생명력이 강한 것은 아직 없다는 점이 고마울 따름이다.

김형규교수<고려대 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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