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라의 미각시대]日 한국음식체인점 '비빈빠'

  • 입력 2000년 2월 17일 20시 20분


일본 도쿄 신주쿠의 유명 조리학교 ‘핫도리‘. 여기서 프랑스 요리를 지도하는 세키구치 토모유끼(35)는 “김치가 있어야 밥이 넘어간다”는 순수 일본인이다.

지금 일본에선 한국 요리 붐이 한창이다. 스파게티 소스처럼 김치찌개용 다대기가 TV 광고로 아우성대질 않나, 요리 프로에도 심심찮게 김치를 주재료로한 조리법이 소개된다.

분식집 형태의 ‘신진대사’(03-5227-7144) 주인은 일본 중소건설업체의 외식사업부다. 주방장은 한국인 세명. 고춧가루도 아주 맵고 빨간 태양초 고춧가루로 한국에서 100% 공수받는다.

패스트푸드점 형태의 ‘비빈빠’는 비빔밥의 일본 발음 자체가 체인 상호명. 도쿄와 위성도시에 23개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와 자판기에서 원하는 메뉴의 티켓을 커피 뽑듯 600엔 전후에 구입한 뒤 의자에 앉아 티켓을 내밀며 문 한잔 마시고 있노라면 돌솥 비빔밥이 눈앞에 지글지글댄다.

고춧가루는 일본에서 대부분 구입하지만 비빔밥용 돌솥만은 한국에 직접 나와 산다. 맛의 일관성을 위해 나물은 나물 전문공장에서, 김치는 김치공장에서, 다대기는 다대기 전문 공장에서 만들어 각 체인에 배달한다.

록본기의 ‘진로 가든’(03-3479-4129)에선 한국의 코스요리를 한국보다 간소화한 한정식이나 다양한 부위의 생고기 구이들을 먹을 수 있다.

마지막 계산대에서 전혀 냄새나지않는 진공팩 김치(원하면 돈을 따로 받고 한국산 도자기에 담아줌)나 불고기 양념장등을 판매해 끝까지 일본인 고객의 호주머니를 붙잡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최고. 앞으로 2002년 월드컵에서 외국인들이 되레 한국 음식을 일본땅에서 찾지않을까라는 노파심이 들 정도다.

송희라(요리평론가) hira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