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차례(茶禮)

  • 입력 2000년 2월 6일 19시 49분


지금은 식사 뒤 숭늉을 마시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중국 사람들 만큼 茶를 즐겨 마시는 민족도 없을 것이다. 중국인들이 흔히 하는 말에 開門七件事 (개문칠건사)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대문을 열면 시작해야 하는 일곱 가지의 중요한 일로 그 중 첫 번 째가 茶를 준비하는 것이다.

자연히 茶와 관계되는 말도 많아 茶의 경전인 茶經(다경)이 있는가 하면 그 族譜(족보)를 기록한 茶譜(다보)까지 있다. 이를테면 중국에서 茶는 우리의 숭늉보다도 더 생활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중국 사람들이 茶를 儀式(의식)에 사용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茶禮는 옛날 高官들이 만날 때나 결혼식, 조상의 祭祀(제사) 등 여러 가지 행사에서 茶를 올렸던 데서 나온 말이다.

중국의 儀式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끼쳐 茶禮라는 말을 사용하게 됐지만 성격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대체로 설 추석에 많이 사용하는데 그렇다고 茶를 올리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중국처럼 茶를 일상적으로 飮用(음용)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茶禮의 우리식 의미는 명절에 지내는 祭祀다. 일명 節祀(절사)라고도 하는데 조상이 사망한 날을 기리며 올리는 忌祭祀(기제사), 조상의 묘를 찾아 올리는 墓祀(묘사·墓祭)와 함께 대표적인 조상숭배 의례다. 조상에게 계절이나 해가 바뀌었음을 알리고 그 때의 음식(時食)과 특별한 음식(別饌)을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茶禮에서 비록 茶는 올리지 않지만 조상을 추모하는 의식이니 만큼 그 의미는 매우 깊다. 해마다 설이나 추석 때면 고속도로가 막히고 귀성차표를 사기 위해 長蛇陣(장사진)을 이루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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