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자기 돈 쓰는 미국의 유권자

  • 입력 2000년 2월 1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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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의 미국 민주 공화 양당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뉴햄프셔주에 와서 몇 곳을 돌아다녔다.

이 곳의 예비선거는 전국선거나 다를 바 없다. 각 예비후보의 지지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뉴햄프셔처럼 좁은 지역에서는 자신들이 고생하는 만큼 지지후보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뉴햄프셔주 데리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만난 브래드 오웬스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

민주당 예비후보 빌 브래들리 전상원의원의 집회에서 질서유지를 맡은 그는 먼 남쪽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왔다고 했다. 누가 여행 경비를 댔느냐는 기자의 질문이 오히려 의아한 듯 그는 “당연히 내가 부담한다”고 말했다.

항공사 직원인 그는 이번 선거운동을 위해 일주일간의 휴가를 냈다. 숙식은 뉴햄프셔주에 있는 브래들리 지지자의 집에서 해결한다. 그 대가로 그가 개인적으로 얻는 것은 없다. 그는 “브래들리야말로 진실을 말하는 진정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의 당선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말했다.

뉴햄프셔주 주도 콩코드에서 만난 윈스턴 브라운은 민주당 선두주자 앨 고어 부통령의 지지자다. 98%의 주민이 백인인 이 곳에서 흑인인 그의 얼굴은 쉽게 눈에 띈다. 보험대리인인 그 역시 항공요금을 스스로 부담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예비후보의 지지자들뿐만이 아니다. 제니퍼 가르시아 등 ‘건강한 경제를 위한 시민모임(CSE)’ 회원들은 세금 감면 등 자유방임경제를 표방하는 이 단체를 알리기 위해 멀리 플로리다주에서 왔다.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는 투표율 저하와 정치적 무관심의 심화로 고민하는 미국 민주주의가 아직까지는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현장이었다. 이들처럼 자기의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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