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국내최초 점자 그림동화

  • 입력 2000년 1월 28일 19시 01분


▼ '민수야 힘내!' 아오키 미치요 글/하마다 케이코 그림/한림출판사 펴냄 ▼

이 책은 그림동화다. 그러나 시각에 아무 장애가 없는 어린이거나 부모라면 이 책을 눈으로 읽기 전에 먼저 손으로 쓸어보기를 권한다. 책 표면에서 만져지는 우툴두툴한 점들…. 이 책은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함께 볼 수 있는 국내최초의 점자 그림동화책이다.

▼ 국내최초 점자 그림동화 ▼

‘지애와 민수는 참 친합니다. 민수는 아기 때 큰 병을 앓아서 혼자 서거나 걷지 못합니다. 말하는 것도 힘듭니다. 하지만 지애가 말하면 응,응 하고 잘 들어 주기 때문에 지애는 아주 기쁩니다….’

개구쟁이 유치원 친구들이 하나 둘 나무타기를 하자 누워만 있는 민수도 친구들을 따라 나무에 오르고 싶다. 그 마음을 눈치 챈 친구들은 힘을 모아 민수를 나무에 오르게 해 주려 하지만 민수를 앉히지도 못한다.

“민수가 조금만 더 작아지면 업을 수 있을텐데….” “민수가 작아지는 게 아니라,우리가 더 커야 되는 거지.”

그때 “너희들 보다 큰 사람 여기 있지”하며 다가오는 선생님. 마침내 선생님은 민수를 등에 업고 나무에 오르고 아래에서는 개구쟁이들이 “민수야 힘내! 선생님 조심하세요”를 쉬지 않고 합창한다.

▼ 더불어 사는 삶 일깨워 줘 ▼

이 책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의문 하나. 시각장애인에게 그림책이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것. 시각장애인들 중에는 희미하게나마 사물을 알아볼 수 있는 약시인들이 있다. 그리고 부모는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자녀들은 장애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이라면 시각장애인 부모가 베갯머리에서 아이에게 점자로 내용을 읽어주고 아이는 색채 고운 그림을 보며 함께 책읽기를 할 수 있다. 장애없는 가족들처럼….

비장애인인 자녀들에게 “세상에는 나와 육체적 능력이 다른 사람이 있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책이다. 출판사는 우편엽서 추첨을 통해 50권의 책을 무료 기증할 계획이다.문의 02-735-7551∼4.

이영준 옮김. 31쪽.8000원.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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