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사당의 前科 알고 싶다

  • 입력 1999년 12월 24일 19시 45분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논의 내용 가운데 국회의원 등 입후보자의 ‘전과(前科)열람’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대목은 참신하고도 바람직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한다. 공직선거법 49조의 후보자 등록 조항에 ‘후보자의 병역기록 세금납부실적(최근3년간) 그리고 범법전과에 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자료를 제출받아 비치, 유권자 등의 요구에 따라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우리는 국회의원을 포함해 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을 뽑아 놓고 보니 과거 이상한 범법행위가 수없이 드러난 것을 보아왔다. 그런 유권자들의 때늦은 후회를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미리 전과열람이 가능토록한다는 방안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위원들은 ‘합의’에 이르렀으나 자민련 위원들이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유독 전과열람 만은 반대, 벽에 부닥쳐 있다는 얘기다.

모든 직종의 취업 희망자를 상대로 전과 열람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에 평범한 용역직을 고용하는데 전과기록을 이유로 거절했다해서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일반적인 생업에 종사하는 데 전과는 문제될 수도 없고 문제삼아서도 안된다. 그러나 도정(道政)이나 시군구 행정을 책임지는 자치단체장이나 거기를 감시견제하는 지방의원, 그리고 민의의 대변자를 자임하는 국회의원 혹은 대통령같은 공직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공직자의 사생활은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보통사람들처럼 완벽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것을 흔히 본다. 돈이나 여자문제 스캔들도 사업하는 사람들보다 엄격하게 추궁당하고, 보통사람이라면 묻어 둘만한 얘깃거리도 들추어 내서 엄혹하게 따진다. 지위와 책임의 무게에 비례하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굴레를 벗어버릴 수 없는 것이 바로 공직인 것이다.

공직선거법의 전과열람 반영은 사생활 침해의 범주를 뛰어넘는 정당성을 얻게 되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한 일본 사업가가 저술을 통해 한국 국회는 세계적으로 전과자가 가장 많다고 비판한 것을 우리 모두 기억하고 있다.

전과라고 해서 어두운 시절의 집회시위법 위반 같은 민주화투쟁으로 생긴 기록을 흠으로 여길 유권자는 없을 터이다. 한번 잘못 뽑으면 두고두고 후회하고 자칫 막심한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유권자로서는 후보의 성향과 행적을 소상히 아는 것은 유권자의 당연한 ‘알 권리’라고 할 것이다. 딱히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후보로 나서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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