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배구큰잔치 '슈퍼리그' 싸움장되나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한국배구를 지탱해온 ‘배구의 큰 잔치’ 슈퍼리그. 그러나 지금 배구계는 이 슈퍼리그를 ‘모두를 위한 잔치’가 아닌 ‘나만 살기 위한 싸움장’으로 몰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올초 삼성화재의 ‘싹쓸이 스카우트’로 야기된 남자실업배구 사태는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LG화재와 현대자동차는 내년 슈퍼리그 선수등록 마감시한인 13일을 넘겼다.

현대는 참가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LG는 부상선수가 많다는 이유로 불참의사를 밝혔다. 참가신청을 한 대한항공도 대학선수 드래프트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회에 나설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군팀 상무까지 ‘반쪽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다 최근 발족한 배구계의 ‘재야’인 21세기 배구발전연구회가 “실업배구 사태는 배구인들의 불협화음과 협회의 무사 안일 때문”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또다른 불씨를 던졌다.

현재 배구협회는 15일까지 슈퍼리그 참가신청 마감을 연기해 LG와 현대에 대해 설득을 하겠지만 끝까지 참가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두 팀을 빼고 대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대회가 열린다고 해도 10월 실업배구대제전에서의 ‘썰렁한 관중석’이 재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어차피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삼성이든 LG와 현대든, 또 협회든 모두가 배구팬의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또 ‘판’이 깨질 우려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될 경우 그동안 배구인이 쌓아온 ‘업적’을 배구인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터전까지 없애는 우를 범하게 될수도 있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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