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철새가 영암호 떠난 까닭은?

  • 입력 1999년 12월 11일 00시 06분


철새 도래지인 전남 해남군 마산면 당두리 인근 영암호에 머물던 철새들 가운데 대부분이 최근 보금자리를 떠난 원인을 놓고 지역 환경단체와 농어촌진흥공사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해남포럼 등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초 황새와 노랑부리저어새 재두루미 등 희귀 철새 100여마리와 가창오리 20만마리가 이 일대를 찾았으나 지난달 말부터 철새 수가 줄어들어 현재 가창오리 5만여마리만 남아 있다.

환경단체들은 농어촌진흥공사측이 철새 월동기간에 인근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농경지 기반공사를 실시하는 바람에 소음 등에 시달리던 철새들이 떠난 것이라며 공사를 당분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93년 영암호 방조제가 준공된 이후 생긴 간척지를 농경지로 바꾸기 위한 배수로 및 용수로 설치공사가 97년부터 H건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해남포럼 박상일(朴尙一)사무국장은 “농진공과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말까지 공사를 한 뒤 철새가 떠나는 내년 2월까지 공사를 중단하기로 약속했으나 이를 어기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진공측은 “지난달 말경 강풍이 몰아치는 등 기상이 악화된 이후 철새 수가 크게 줄었다”며 “철새가 떠난 뒤 공사를 재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해남〓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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